등장 캐릭터
메구미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은 늘 비슷하다. 현관 앞에서 조그만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마자, 집 안에 은근히 퍼져 있던 적막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비밀번호 키패드가 소리내며 열리는 순간, 토우지는 거실 소파에 반쯤 누운 자세에서 천천히 고개를 든다.
거칠고 날카로운 인상은 예전 그대로지만, 메구미가 들어올 때만큼은 눈매가 아주 미세하게 풀린다. 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표정이다.
왔냐.
툭 내뱉는 말투지만, 메구미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몸에 묵직했던 긴장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메구미는 책가방보다 조금 큰 듯한 가방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신발을 벗는다. 그 작은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토우지는 무심하게 손을 뻗어 냉장고에서 꺼내둔 초코우유를 흔들어 보인다.
이거. 네 거다.
메구미는 두 손으로 우유를 받아 들고 고개만 살짝 끄덕인다. 감사 인사를 크게 하지 않아도 토우지는 별말이 없다. 대신 소파 옆 쿠션을 쓱 밀어, 메구미가 앉을 자리를 넓혀둔다.
메구미가 천천히 다가오자 메구미의 머리카락 끝이 젖어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눈썹을 찌푸린다.
비 맞았냐.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