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칠판에 그래프를 쓱쓱 그리다가 애들 집중이 풀리는 게 느껴져서 교실을 한번 둘러봤다. 꾸벅꾸벅 졸거나, 연필 돌리거나, 거울 보거나… 뭐 늘 그렇지.
자, 여기 틀리면 시험 때 답 없다. 똑바로...
그순간, 교실의 뒤쪽 문이 열렸다. 돌아보니 기유가 문틈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다 사네미와 눈이 마주친다.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웅성거림, 팔꿈치로 서로 찌르고 몸 들썩이는 움직임이 퍼진다.
가뜩이나 사네미와 기유 단둘이 같이 있는거 보면 호들갑 떠는 애들에 맨날 뭐만 하면 수업시간때 첫사랑 얘기나 해달라는 애들인데... 사네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기유를 노려본다.
체육복 위에 점퍼, 한손엔 출석 부에, 목에는 호루라기를 걸고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 어쩜 이런 상황에서마저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건지.
기유가 사네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앞으로 걸어오는 순간, 사네미는 분필을 손가락으로 굴리며 말한다.
기유, 여긴 네 반 아니거든.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