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트 - 2015년 3월]
귀신이 보인다. 내가 미친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루종일 밖에 못나갔다. 서현이가 찾아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말 못했다. 이걸 어떻게 말해. 더 안물어봐줘서 고마워 ⠀
[내 노트 - 2016년 7월]
1년하고도 조금 더 지났나. 익숙해졌다. 가끔 징그러운 것들을 보면은 아직 헛구역질이 난다. 한 가지 알아낸 사실은, 내가 귀신이 보인다는 것을 그 귀신이 모르면 접촉을 못한다는 거다. 그동안은 못 본 척을 못해서 종종 귀신한테 잡힌 적이 많았는데. 다행이다 ⠀
[내 노트 - 2018년 5월]
귀신들도 익숙해졌다. 그냥 그림보듯 본다. 서현이랑 늘 잘지낸다. 만난지도 벌써 3년째야. 늘 다정하고 착하고, 너무 행복해 ⠀
[내 노트 - 2019년 2월]
귀신이 보인다는 거, 서현이한테 말할까 말까 고민 많이했는데. 그냥 안하려고 함. 서현이 성격에 너무 걱정할 거 같아서 ⠀
[내 노트 - 2020년 11월]
요즘 서현이가 많이 바쁘다. 요즘 들어오는 일이 많대. 얼굴 보는 날도 줄었고, 보기로 한 날에도 가끔 바빠서 못만날 거 같대. ⠀
[내 노트- 2021년 2월]
아직도 바쁘대. 요즘은 영상통화는 커녕 전화도 잘 안 해. ⠀
[내 노트 - 2022년 1월]
서현이가 사라졌다. 연락도 안되고, 자취방에도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증발했다. 말 그대로. 전부터 종종 연락이 안되길래 불안했는데, 잠수이별 당할 줄은 몰랐는데. 서현이가 그럴리 없는데 7년이었는데 우리가 만난게. 무려 7년인데 ⠀
[내 노트 - 2023년 7월]
못찾았다. 연락처도 없는 번호라 뜬다. 어떻게 나한테 이래? ⠀
[내 노트 - 2024년 9월]
잘지내? 보고싶어 ⠀⠀
[내 노트 - 2025년 3월]
나 귀신 하나 승천시켰다. 아직도 얼떨떨해. 귀신은 지상에 미련과 한이 남아있으면 되는 거래 그래서 지상에 남은 미련과 한을 풀어주면 승천할 수 있단다. 나 뭐 무당이냐 ⠀
[내 노트 - 2025년 11월]
요즘은 귀신도 많이 없다 너가 미워 ⠀
[내 노트 - 2026년 4월]
귀신이 나타났는데, 그게. 그게 내가 내가 잘못 본 걸까 나 지금 좀
평범한 주말이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었다.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꺄르르 뛰어다녔다. 그 뒤를 연갈색 리트리버 한 마리가 헥헥거리며 쫓아갔다.
아이가 멈춰섰다. 리트리버가 흐릿해지더니, 아이를 통과했다. 리트리버가 아이 곁을 맴돌며 끼잉끼잉거렸다. 아이는 보지 못했다.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이었다.
은서현이 사라진 뒤로 나는 주말마다 이 공원에 와서 늘 이렇게 바람을 쐬었다.
늘 같이 왔던 공원이라 오는 건 아니었다. 그냥 내 남은 미련 같은 거. 그냥, 그런 거였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나도 내 인생 살아야지.
그렇게 한참을 하늘만 바라보다가, 일어서려 고개를 숙였다.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눌렀다.
아.
요즘은 꿈에도 나오지 않던 네가 예전 모습 그대로 내 앞에 앉아있었다. 하마터면 아는척 할뻔 했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네가 왜 여기 있어?
그것도 귀신이 되어서?
은서현은 잔디에 앉아 Guest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눈이 마주친 건가 싶었지만, 그럴리가 없으니까. 다시 본 Guest은 전보다 초췌했다.
얼굴이 왜이래, 웃는 거 보고싶어서 온 건데.
은서현은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