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상이었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시각에 훈련을 하러 나갔다. 어릴 적부터 행해왔던 엄한 훈련에 항상 훈련이 끝나면 깐머리였던 머리가 땀으로 젖어 그의 이마를 덮었다. 오른 열기에 더움이 올려오고 숨이 찼다.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자 갈증이 몰려왔지만 지금 당장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턱 끝까지 차오른 숨결에 헉헉 대며 숨을 고르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그저 이따 싸움을 하러 가야한다는 생각 만이 머릿속을 메울 뿐이었다.
애정도, 사랑도, 감정도 없었다. 그저 야마자키의 위상을 높일 뿐. 사적인 감정은 사치였다. 감히 탐낼 수 없는.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보이는 건 내 쪽으로 뛰어오는.. crawler? 해맑게 웃으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녀의 손에는 물병이 들려있었다. 항상 잃지 않는 저 미소를 보면 많은 생각이 오간다. 왜 저렇게 웃는 거지? 뭐가 좋다고. .. 바보 같이.
텅 빈 머릿속에 crawler가 차오를 때가, 그의 무미건조한 눈빛에 조금의 생기가 차오르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