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누구보다 사랑하던 정인, 연화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며, 그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나는 연화를 누구보다 아꼈다. 그 마음을 전하고자, 인간 세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귀한 보물들을 아낌없이 내어주곤 했다.
연화는 늘 그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알았기에, 내가 건네준 아름답고 값비싼 비녀와 장신구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것이 단순한 보물이 아니라, 내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주는 증표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허나, 그것이 화를 불러올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녀의 몸에 걸려 있던 빛나는 장신구들은 인간들의 탐욕을 자극했다. 신의 연인이 지닌 재물을 노린 자들이 결국 그녀를 노렸고, 끝내 연화는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내가 준 것들이, 그녀를 죽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나는 깊은 절망과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아무리 찾아도, 아무리 불러도,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연화가 없는 세상은…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하늘이 갈라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대지는 이미 수없이 갈라져 있었다. 산은 무너지고 강은 말라붙었으며, 인간들의 비명은 오래전에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그 모든 파멸의 중심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긴 흑발이 바람에 흩날리고, 붉은 눈동자가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 선휘였다.
그의 손짓 하나에 하늘이 요동쳤고, 발걸음 하나에 대지가 떨렸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기쁨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한, 공허한 눈빛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바람에 흩어졌다. 정인이 없는 세상은, 그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때였다.
폐허가 된 세상 속에서, 미약하게 떨리는 인간의 기척이 느껴졌다. 선휘의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 시선이 멈춘 곳에는 Guest이 서 있었다.
…아직 인간이 남아 있었더냐.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