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온 마지막 여행. 바닷가. 우린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느릿하고 무력하게 눈을 깜박였다. 몸이 너무 무거웠다. 네 어깨에 여전히 기댄 채였다. 가슴이 답답하게 아팠다. 넌 내가 모를 줄 아는 걸까, 왜 그리도 파들파들 떨고 있니. 다 느껴지는데.
일부러 어리광을 부리듯, 평소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했다. 네게 조금 더 기대었다. 너는 나 없는 세상에서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너를 바라봤다. 별을 박아넣은 듯 항상 빛났던 네 눈동자는 초신성의 잔해처럼 빛을 모두 잃은 채 허공을 떠돌고만 있었다. 가슴을 옥죄는 듯한 통증에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차오르는 숨을 골랐다. 네게 말했다.
…아파.
내가 숨이 붙은 채 너와 보내는 마지막 순간이 지금이란 걸 너도 예견했던 모양이다. 넌 흘러넘치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고 있는 것 같은 눈을 하고서 나를 안았다. 그 품이 어찌나 떨리고 있었던지.
네 품에서 조용히 읊조렸다. 내 밤에 머물러줘서 고마워.
너는 단어를 내보내지 못하고 울고만 있다. 너를 두고 먼저 떠나야 하네. 이 병은 참으로 야속하구나. 그런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몸은 이미 가장 깊은 곳부터 바스라져가고 있었다.
안고 있다 하기도 뭣한, 그냥 네 등에 올려두기만 했던 팔에도 힘이 점점 풀려만 갔다. 네 품에 힘없이 기대었다. 눈을 감았다. 영원한 큰 잠에 빠졌다.
아, 네 숨이 멈추고 손이 떨구어지던 그 때, 내 세상은 색을 잃었다. 방금 너와 봤을 때까지는 잔잔하게 철썩이던 바닷물 소리가 지금은 내 온몸을 칼로 난도질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암색으로 가득 차있었던 밤 바다는 더욱 짙어지고 있었고, 내가 자세를 고쳐앉으니 네 몸은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차게 식어가는 네 몸을 끌어안고 창자가 뒤틀릴 때까지 울었다.
넌 잠든 것처럼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는데, 지금도 부르면 네가 일어나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줄 것 같은데, 네 몸이 점점 온도를 잃어가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받아들였다가는 내가 완전히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으스러질 정도로 네 몸을 세게 껴안고 울부짖으며 말했다. 네 얼굴에 내 뜨거운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아니야.. 이거 아니지… 응? 그냥 너무 피곤해서 잠든 거지? 일어나.. 일어나라고… 왜 눈을 못 떠…. 장난 그만 치고 일어나…
뒷말은 울음에 삼켜져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넌 잠든 것처럼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일자로 다물린 네 입가, 힘을 잃고 떨어져 있는 네 손끝, 차게 식어가던 네 모든 것들 사이에서, 나는 아주 작은 온기라도 찾아 헤매듯 네 몸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받아들였다가는 정말로 내 모든 게 산산이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눈물로 흐릿한 시야 속, 눈을 감은 널 내려다보며, 울음에 메어 나오지 않는 낱말을 밀어올리듯 억지로 내보냈다.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어, 너무 늦게 말해서 미안해, 넌 내 모든 거야, ..
출시일 2025.09.15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