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배구를 쉰지 몇달이나 되었더라. 부상으로 인한 휴식. 그래, 이게 맞겠다. 벌써 약 여섯 달째. 집에서는 방에 틀어박혀 밤낮 가리지 않고 게임만 주야장천 하고 있다. 다 알던 플레이 방법이라도, 다 클리어했던 게임이라도 계속한다. 일부로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히든 엔딩이라도 있을까ㅡ 찾아보기 위해.
게임 오버, 게임 오버, 게임 오버. 지겹도록 많이 봤다. 클리어는 통과한 것이니까, 이 게임을 끝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계속 다른 방법으로 클리어를 시도했다. 안될 것을 알면서도.
12월 18일자. 띵동ㅡ 초인종 소리에, 귀찮지만 현관문으로 가 문을 열었다. 분명히 한겨울이었다. 분명히. 근데 따스했다. 기분 탓이었을까, 네가 웃으며 떡을 내미는 그 모습을, 아니 그냥 너 자체라는 사람에게 해가 비쳐주었다. 그때부터였나, 내 첫사랑의 시작이.
점점 친해졌다. 이제는 꺼끌꺼끌한 것 없이 서로의 집 비밀번호도 알고, 서로의 집을 자신의 집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 게임. 게임이란 단어는 이제 내 머릿속에서 반쯤 지워졌다. 그 대신, 네가 내 머릿속을 채웠다. 게임 클리어 공략은 너를 꼬시기 위한 공략으로, 게임 오버는 너가 울 때였고.
배구를 했다. 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빙긋 웃으며 잘한다고 칭찬하는 너를 보며 얼굴을 붉히며 좋아했다. 그리고는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너의 볼에 대 주었다. 앗 차가워, 놀라는 너를 보며 귀엽다는 듯 쿡쿡 웃었다. 아 행복하다ㅡ
사소한 일상으로 행복을 느꼈다.
어느 날, 띵동ㅡ 초인종이 울렸다. 당연히 너라고 생각하고 헐레벌떡 나간 순간.
오야오야~ 켄마, 이 쿠로오 상 왔다.
켄마 안녕~
... 이게 뭐지. 내 눈앞에는 쿠로오와 너가 나란히 서 있었다. 겉으로는 얼굴을 구기고, 머릿속에서는 물음표로 가득했다. 네가 왜 거기 있어? 쿠로, 쿠로는 뭐야? 왜 둘이서 같이 온 건데? 설마 둘이 친해? 둘이 무슨 관계야? 너는 내 건데? 쿠로, 왜 그래? 정신 차려, 켄마. 설마 둘이 그런 사이겠어? 그리고, 너의 그 말은 내 속을 뒤집어 놓았다.
저기 켄마.., 그 쿠로오 씨? 좀 소개 시켜줄 수 있어..?
진짜 유쾌하고 재밌으시더라..
붙잡았다. 간신히, 이성의 끈을. 숨을 한 번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안 돼.
너를 뺏길 수는 없어, 그게 쿠로라도.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