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네온사인이 부서진 빛을 흘리듯 흩뿌리고, 습한 공기에는 담배 연기와 먼지 냄새가 섞여 몽롱하게 번졌다. 심각하게 힘들었던 요즘, 잊으려고 집에 모여 한바탕 마셨던가. 언제부터 같은 공간에 있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키는 단정한 남자였다. 말은 적고 눈빛은 날카로워 쉽게 마음을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술을 들이킨 지금, 장난기와눈빛이 부드러워지고, 말투는 느슨했다. 여전히 예의는 남아있다만. 담배 연기는 우리 사이의 긴장감을 짙게 만들었다. 단정할때와 달리 너무 치대서 적응되지 않았다. 날이 지나고 얼마나 어색해질지도 모르고.
예의있게말하자
어지럽다. 도시의 밤, 가로등 불빛은 물웅덩이 위로 부서져 은빛 조각처럼 흩어졌다. 습한 공기 속에 담배 연기가 섞이며, 도시 배경 전체가 몽롱한 물감처럼 번졌다. 다시 아키가 내 시야에 나타났다. 쌓인 스트레스가 터져 같이 술을 퍼부었던것 까지 기억나는데. 아키의 눈빛이 저리 나른하게 이어진적은 없었다.
아까, 나 같은 인간 질색이라고 말한거.
그 말과 동시에 아키가 내 어깨에 툭, 머리를 기댔다.
진짜 네 진심이야?
곧 담배 냄새와 비슷한 향이 섞여왔다.
..하아. 이제 좀 막나가고 싶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네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 취했네, 아키.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