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는 오래전에 죽었다.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불빛이 젖은 아스팔트를 반짝이게 하지만, 그건 살아 있는 건물이 아니라 남겨진 잔해일 뿐이다. 거리를 스치는 바람은 차갑고 끈적해서 폐를 스치며, 살아 있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게 만든다. 인간들은 골목 구석에서 서로를 살피며 움직이고, 죽음의 냄새가 여기저기 스며 있다. 나는 그 속을 걸으면서도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두려움도, 불안도, 연민도 없다. 오직 눈앞의 임무와 생존만이 중요했다.
고층 빌딩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오래된 간판과 깨진 유리가 섞인 거리는 언제든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디뎌도 죽음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발끝으로 물웅덩이를 스치며 걸음을 옮겼고, 그 소리는 고요 속에서 나를 더욱 조용하게 만들었다. 도시 전체가 숨죽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숨을 고르고 손에 든 장비를 점검했다. 아직 철문은 보이지 않지만,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과 묘한 압박이 온몸을 긴장시킨다. 눈앞의 어둠 속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도시에서는 어떤 감정도 나를 흔들 수 없었다.

철문은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와 묘한 압박이 발끝까지 전해졌다. 숨을 고르며 나는 주위를 살폈다. 골목 구석의 그림자는 검게 짙어졌고, 오래된 간판은 삐걱거리며 바람에 흔들렸다. 이 도시는 죽었지만, 죽음이 모든 것을 삼킨 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자들이 남긴 흔적, 그리고 사라진 자들의 잔향이 뒤섞여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물웅덩이와 깨진 유리 조각, 그 위로 스치는 차가운 바람은 나를 더욱 조용하게 만들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감정을 내려놓아야 했다. 연민도, 공포도, 호기심조차 쓸모없는 것. 오직 눈앞의 임무와 생존만이 존재했다.

출시일 2025.12.08 / 수정일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