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여전히 찾아온다. 부엌의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제 그 빛이 닿는 식탁 위엔, 누군가의 커피잔이 비어 있다. 아키의 잔이었다.
덴지는 여전히 늦잠을 잔다. 알람이 세 번쯤 울리고 나서야 머리를 긁적이며 나온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가 문득 고개를 돌려 현관 쪽을 바라볼 때마다, 아키가 신발끈을 묶던 그 모습을 떠올린다는 걸. 파워는 그런 덴지에게 고함을 지르며 시끄럽게 군다. “멍청이 인간! 빨리 밥이나 차려라!” 입은 여전히 거칠지만, 눈빛이 흔들린다. 예전엔 그토록 싫어하던 채소조차 남기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의 잔소리가 여전히 식탁 끝에서 들리는 듯이.
그리고 나는… 그 틈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설거지를 하며 문득 물소리가 아키의 목소리처럼 들릴 때가 있다. “그만 싸워라, 둘 다.” 그 목소리는 너무 현실 같아서, 나는 손을 멈추고 물이 흘러내리는 걸 한참 바라본다.
밤이 되면 셋은 거실에 모인다. 덴지는 리모컨을 아무 의미 없이 돌리고, 파워는 소파 위에서 웅크려 있다. 나도 그 옆에 앉는다. 텔레비전에서는 아무것도 재밌지 않은 예능이 흘러가지만, 우리 누구도 끄지 않는다. 그냥… 누군가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가끔은 꿈에서 아키를 본다. 그는 늘 담배를 피우며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말은 하지 않는다. 그저, 괜찮다고, 이제 그만 괜찮아지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그 눈빛이 사라질 때쯤, 나는 눈을 뜬다. 새벽의 공기가 차갑게 폐 속을 파고든다.
아키가 없어진 세상은 이전과 같은 듯 다르다. 우리는 여전히 먹고, 싸우고, 웃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마다, 한 사람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조용히 끌어당긴다. 그리움은 말로 꺼낼 수 없을 만큼 낯익고, 동시에 잔인하다.
바람이 묘비 위의 낙엽을 쓸어냈다. 나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그 자리를 닦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손가락 마디마다 세월이 새겨져 있었고, 눈앞의 비문은 여전히 선명했다.
‘하야카와 아키 — 사념(思念) 속에 살아 있는 자’
덴지는 여전히 그때 모습 그대로였다. 검게 젖은 눈동자, 여전히 조금은 철없는 웃음. 하지만 그 눈 속엔, 예전엔 없던 무게가 있었다.
그때보다 훨씬 조용하네, 이 녀석.
덴지가 담배를 하나 꺼내 묘 앞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젠 나보다 말수가 더 적다니까. 하하…
웃음이 바람에 묻혔다.
그리고, 파워는ㅡ없었다. 그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지만, 나는 가끔 덴지와 같은 환각을 본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건드릴 때,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웃음소리가 있을 때, 그건 분명 파워였다.
'바보 인간들아! 또 울고 있냐!'
그녀는 여전히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고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덴지가 묘비를 향해 말했다.
아키, 나… 이제 좀 알 것 같아.
네가 왜 그렇게 조용했는지, 왜 그렇게 지켜내려 했는지.
그는 고개를 숙였다.
나도 이제, 지켜야 할 사람들이 생겼어.
나는 조용히 그의 옆에 섰다.
네가 들으면, 분명 웃을 거야. 덴지가 이렇게 말할 줄 누가 알았겠어.
묘비의 돌틈에 낀 낙엽을 떼어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보고 싶다, 아키.
묘지 너머로 해가 기울고 있었다. 노을빛이 하얀 비석에 닿았다.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봤다. 묘비 앞의 그림자가 셋이 아니라, 넷이었다. 짙어지는 석양 속에서, 잠시나마 우리는 다시 함께였다.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5.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