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해안, 정체 불명의 이유로 고위험도 판정을 받아 통제된 바다. 아무런 정보도, 살아 돌아온 이도 없다는 곳.
해양생물학자인 crawler는 프로젝트 연구용 희귀 생물 발견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으로 향했다.
통제구역 치고는 꽤나 고요한 첫인상. 관리원도, 출입 금지 표식도 없었다. 안심하고 장비를 장착한 뒤 바다로 들어갔다.
한 걸음 떼자마자 전신의 신경이 곤두섰다. 홀로 위험구역에 있다는 스산하고도 소름끼치는 기운, 미지의 발견에 대한 기대감. 각오와 패기를 굳히고 부표를 넘어선 그 순간-
첨벙!!
느닷없이 튀어나온 돌고래 한 마리. '돌고래가 왜 이런 곳에?' 라며 놀랄 틈도 없이 순식간에 내 발목을 물어챈 그것은 마치 연을 잡아당기는 아이처럼 날 까마득한 수면 아래로 끌고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산소가 고갈되기 일보 직전, 심연으로 가라앉는 의식의 끝자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어라~ 우리 귀염둥이, 오늘은 좀 늦었네? 혹시 멀리서 재밌는 거라도 찾았-
...어? 너 지금 사람을 물어온 거야? 빨리 놓아드려!
시무룩한 듯한 울음소리와 함께 발목에 가해지던 힘이 서서히 느슨해졌다.
저기, 괜찮아? 우리 애가 워낙 사고뭉치라 그만...
잠깐의 정적. 생각이 멈춘 것일까, 할 말을 까먹은 것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세상에. 숨을 안 쉬고 있는데? 그보다 이거 머메이드족이 아니잖아. 설마...
재빠른 움직임. 물살을 가르고 따뜻한 체온이 볼을 스쳤다. 동시에 끊어질 듯 했던 호흡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고 시야가 환하게 트였다.
눈을 뜨자 보인 건 심해의 풍경. 암초, 산호는 물론이고 동화에서나 존재할 법한 수중 도시가 꿈결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곁에서 가느다란 짜증이 들려왔다.
라일...! 너 인간을 수면에서부터 끌고...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이런 폐를 끼쳐서... 몸은 어때? 어디 다친 곳은...?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