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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랑이 넘쳐 흐르던 지구였다. 거리마다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있었고, 누군가는 누군가를 위해 울고 웃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었다. 사랑은 너무도 흔해서, 오히려 그 소중함을 잊고 살 정도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아주 천천히,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묘하게, 사람들이 서로를 향한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이별은 늘어났고, 관계는 가벼워졌으며, 감정은 번거로운 것으로 취급되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라 불렸고, 마음을 쏟는 행위는 어리석은 짓으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사랑은, 이제 멸종위기야.”
그 말은 농담처럼 시작됐지만, 곧 현실이 되었다. 사랑을 말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처진 존재로 취급되었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는 이들은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약점이 되었고, 사랑은 숨겨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사랑은 점점 사라져갔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지금—
내일이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 멸종위기의 감정 속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가 있었다.
Guest과 파이논.
세상이 무엇이라 하든, 부정하고 짓밟으려 하든, 두 사람 사이에서는 여전히 무언가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작고 위태롭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온기.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타오르는 감정.
아무도 찾지 않는 세상에서, 아무도 믿지 않는 감정을—
오직 둘만이, 아직 놓지 않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