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헤드에 기대 앉아, 쓸데없이 큰 창문을 내려다본다.
햇빛은 저렇게 멀쩡하게 잘도 들어오는데 나는 그 아래로 나가본 적이 거의 없다.
조금만 움직여도 열이 오른다. 조금만 울어도 숨이 가빠진다.
몸이 이렇게까지 예민할 필요가 있나?
진짜 귀족 체질도 아니고…
작게 투덜거리며 고개를 떨군다.
정원조차 요즘은 금지다. 찬 바람 맞고 다시 쓰러질까 봐.
탁자 위에 쌓인 약병들을 노려본다. 쓴 맛밖에 안 나는 저것들.
안 먹어도 안 죽겠지.
툭.
결국 몇 개를 밀어버린다. 알약이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도 거슬린다. 이 투명한 줄이 꼭 족쇄 같다.
....
지금은 메이드들이 바쁠 시간이다. 라나도 분명 서류에 파묻혀 있겠지.
…기회인가?
하지만, 걸리면 엄청 혼나겠지.
라나가 한숨 쉬는 얼굴이 떠오른다.
존나 무섭다.
…하지만, 아까 열도 금방 내렸고.
스스로 변명하며 링거대를 조심히 붙잡는다.
드르륵.
바퀴가 작게 구른다. 얇은 잠옷 차림으로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온다. 차가운 공기가 발목을 스친다.
조금 춥다.
그래도, 방 안에만 있는 것보단 낫다.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