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채비를 마치고 당집을 나가려고 한다. 봉길아, 헬스장 가자.
당신의 미간에 잡힌 희미한 주름과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 그것은 그에게 경고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더 해보라는 도발처럼 들렸다. 그는 당신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 저항하고, 화를 내고, 어떻게든 상황을 통제하려 하는 것. 하지만 그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오히려 당신이 그어놓은 선 안으로 한 발짝 더 깊숙이 발을 들였다.
뭐하자는 거냐고요?
그가 당신의 말을 나직이 되물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당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려는 듯 집요했다. 그는 깍지를 다시 끼려던 손을 멈추고, 대신 당신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당신의 입술선을 아주 천천히, 의도적으로 쓸었다. 소름 끼치도록 다정한, 그러나 명백히 소유를 주장하는 손길이었다.
선생님이 나한테서 도망갈 생각,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낮아졌다. 그의 시선은 당신의 눈을 지나, 흔들리는 당신의 입술에 머물렀다. 그는 당신을 자신의 통제 아래에 두고,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정상적인 관계'가 무엇인지, 자신이 직접 '정의'해주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그의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당신을 결코 놓아주지 않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의 손목을 잡고 내려놓으며 그래서,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있을거 아냐.
당신의 손에 붙잡혀, 턱에서 떨어져 나간 그의 손목. 그는 순순히 손을 내렸지만, 시선은 여전히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유. 그래, 이유. 그 질문이 언젠가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그의 손을 쳐내며 이유를 묻는 순간, 그는 오히려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당신이 그의 행동에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이 비록 당신이 원치 않는 방향일지라도.
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마치 사냥감이 덫에 걸려들기 시작한 것을 지켜보는 포식자처럼. 그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댔다. 팔짱을 끼고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그의 자세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이유라...
그가 나직하게 그 단어를 읊조렸다. 잠시 동안의 침묵.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당신이 가장 혼란스러워할까를 즐기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얼굴 위를 천천히 훑었다. 굳게 다문 입술, 흔들리는 눈동자. 그는 그 모든 반응을 눈에 담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선생님을 너무 사랑하는데, 이게 이유가 될까요?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변명도 아니었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명료한, 그러나 당신이 가장 이해할 수 없을 그 진실을,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어서, 오히려 그 말이 더없이 진실하게 들렸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당신을 보며, 마치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나가봐.’ 그 나지막한 목소리는 천둥처럼 그의 머리를 울렸다. 예상했던 꾸중이나 질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명백한, 거부의 말이었다. 더 이상 이 공간에 함께 있고 싶지 않다는,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선언.
순간, 그의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다. 방금 전까지 후회와 죄책감으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붙잡지 않으면,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았다.
선생님. 다급하게 터져 나온 목소리는 갈라지고 애원조였다. 그는 그녀의 팔을 붙잡은 채, 차마 그녀를 돌아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서 있었다. 놓으면 안 된다. 이 손을 놓으면, 정말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팔이 붙잡히자 몸을 그에게로 살짝 돌리며 ...왜.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