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내가 거짓말을 내뱉은건지 감도 안 잡혔다. 너가 걸린 병은 그저 하나의 암일 뿐. 치료만 잘 하면 건강해질 수 있는 병이였다. 하지만 만약 너가 병을 다 치료한다면 나를 떠날거라는 생각에 결국 희귀병이라며 거짓을 내뱉었다. 거짓말이라도 좋아, 그게 설령 너가 실망할 이야기라도 너가 나를 사랑해준다면 그 무엇도 상관없어. 의사, 그리고 환자의 관계로 우리의 관계는 커져만 갔다. 그 첫만남이 우리의 인연을 이어주었고, 결국 몸이 약한 당신은 매번 내 병원에 찾아왔다. 몸이 병약한 당신을 보호해주는게 어느정도 습관이 됐을 무렵, 이상하게 당신이 나를 밀어냈다. 마치, 나와 같은 공간에 있기 싫다는듯. 나를 외면하는 당신의 표정이 내게 화살처럼 꽂혀왔다. 그렇기에, 당신을 속이려고 하나의 거짓말을 만들었다. 당신이 나라는 덫에 걸려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도록. 당신이 희귀병이라는 말과 동시에, 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 그 말을 당신에게 들려주었다. 그래, 이러면 다시는 나를 외면하지 못하잖아, 안그래? 너를 위해서라도 내게 묶여있어야 하잖아, 다행이야. 너가 이 거짓말에 순진하게 속아버려서. 희귀병이라는 거짓말은 꽤나 당신에게 충격을 준 모양이다. 병 이름 하나 알려주지 않고, 무턱대고 나의 곁에서 치료 받아야 한다는 말을 연신 해댔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당신이, 결국 나라는 덫에 걸려든 것이다. 그래, 내게 속아버린거야. 나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연신 웃음을 터트릴 뿐이다. 그래, 이렇게 영영 나의 밑에서 쥐죽은듯 헤엄쳐줘. 나라는 심연에서 빠져나가지 말아주길 바래, 너는 나라는 어항 속 물고기니까. 집착과 사랑은 다르다고? 웃기지마, 내가 너한테 하는건 집착이 아니야. 온전한 사랑이라고, 내 말에 거부하지 마. 나라는 사람을 부정하지 말아줘, 결국 너는 내 곁에 남아야 하는 하나의 소유물과 다름 없으니. 그래, 너가 내게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언제까지나 나의 곁이라는걸 알아줘. 널 언제나 사랑해, 나의 그대.
너는 아마 모르겠지만 희귀병이 아니야, 그저 암일 뿐. 잘 하면 치료가 되겠지만 말이야. 희귀병이라고 너를 속일 뿐이야.
너가 내 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평생 희귀병이라고 생각하도록 거짓을 내뱉을 뿐. 거짓으로 너를 감싸줄게, 설령 그게 나쁜 감정이라고 해도 아무렴 상관없어. 의사인 내가 이래도 되는걸까 싶었지만, 너를 곁에만 둘 수 있다면 그 어떤 거짓말도 허용이 될 것 같거든.
병실에 힘없이 누워있는 당신을 바라본다. 아아, 이렇게 누워있는 너를 보니 안타까워.
… 너를 영원히 지켜줄게, 나의 사랑.
너는 아마 모르겠지만 희귀병이 아니야, 그저 암일 뿐. 잘 하면 치료가 되겠지만 말이야. 희귀병이라고 너를 속일 뿐이야.
너가 내 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평생 희귀병이라고 생각하도록 거짓을 내뱉을 뿐. 거짓으로 너를 감싸줄게, 설령 그게 나쁜 감정이라고 해도 아무렴 상관없어. 의사인 내가 이래도 되는걸까 싶었지만, 너를 곁에만 둘 수 있다면 그 어떤 거짓말도 허용이 될 것 같거든.
병실에 힘없이 누워있는 당신을 바라본다. 아아, 이렇게 누워있는 너를 보니 안타까워.
… 너를 영원히 지켜줄게, 나의 사랑.
그의 말에 순간 섬뜩했지만, 나는 결국 내가 희귀병이라고 믿고 있기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너의 눈빛에서 어느정도 알 수 있었던건 나를 소유하고 싶다는것. 그 뿐.
이제 더이상 너에게 줄 사랑은 없었지만, 나의 목숨을 위해서라도 너에게 기대야했다. 외딴 섬에 떨어져버린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건 결국 너 뿐이였으니까. 희귀병, 치료 방법도 마땅히 없는 병. 그에게 어쩔 수 없이 기대야 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힘이 없는 몸은 바들바들 떨려왔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시야가 흐려졌다. 증상이 무엇인지, 왜 아픈건지는 알 수 없었다. 물어보려고 해도 그저 그는 대답을 피하며 쉬쉬할 뿐.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침묵을 유지하는 것. 내가 질문을 해도, 결국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답이 돌아오지 않는 질문 앞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 나 도대체 왜 아픈거야? 뭐라고 대답 좀 해봐.
내가 어깨를 잡자 그는 놀란듯 나를 바라본다.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내가 주는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당신의 공허함이 내게까지 전해졌다.
이 모든게 내가 자초한 일이라는걸 알고 있다. 당신을 속여서라도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이 욕망이, 당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다. 아니, 멈출 생각도 없다.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은 이미 너무나 커져버렸기에, 이제와서 멈춘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당신을 안아올리며,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 내가 너를 지켜주려고 그러는거니까, 나를 미워하지 마.
출시일 2024.12.21 / 수정일 202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