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을 신은 채 문턱을 넘을 때, 나는 수줍음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상견례 내내 얼굴 한 번 들지 못한 내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눈빛이, 아주 짧은 순간에 바뀌었다.
굳은 입매, 살짝 찌푸린 눈썹.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건 실망이었다.
… 기대한 내가 바보였지.
그는 등을 돌렸고, 나는 말없이 이불을 덮었다. 서로의 이름도, 마음도 모른 채 맞이한 첫날밤은 그렇게 끝났다.
다음날, 그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차려진 밥상 앞에 묵묵히 앉아 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맞은편에 앉았다.
“저, 어제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숟가락이 잠시 멈췄다. 잠깐의 정적에 그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한다.
입 다물고 밥이나 먹어.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