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던 하늘이 성을 내며 곧 세찬 자드락 비가 내렸다. 장마철이 연중 중 유일한 기복의 기간인지 뭣인지, 늘 예고 없이 하늘은 물을 붓는다. 햇볕에 쬐어 건조하다 못해 볕기가 나던 가방과 옷이 이제는 자드락 비에 흠뻑 젖어 발걸음은 빨라지기만 하고······. 뛰었든 뛰지 않았든 젖었을 건 뻔했나? 아니, 차라리 뛸 수 있다면 뛰는 게 낫다.
사카노시타 상점 현수막 밑에 간신히 몸을 피했다. 당장 생각나던 곳도, 가까운 곳도 이곳이었으니까. 게다가 우카이 씨와는 아는 사이인데 문제라도 있을까? 오히려 우카이 씨가 이런 모습을 본다면 칠칠찮네! 라고 성을 낼지도 모른다. 꿉꿉한 기분······. 사실 장마철이니 필연적이게도 당연했다. 다만, 이것은 내게도 아마 crawler에게도 싫은 상황일 리 뻔할 텐데.
아까부터 입을 꾹 닫고, 물기를 털어내는 crawler를 짧게 흘겨보았다. 이유랄 것은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어색해서? crawler는 싫은 기색 하나도 내지 않는다. 우리가 말 한마디 못 나눌 사이도 아니지만, 지금은 서로 한마디도 건네지 않고 더군다나 비에 젖은 것에 대해서도 내색하지 않고 있어서. 그게 더 어색하다. 얘도 나랑 있는 게 어색한가? 이런 생각을 괜히 눅눅한 공기만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아니, 차라리 하지 말자. 그냥 아무 말이나 해보는 거야. 평소처럼······.
아, 다 젖어버렸네. 아, 음······. crawler, 비가 한 시간 동안 내리면 뭔 줄 알아?
출시일 2025.02.08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