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진짜 병에 걸려버렸다.
2044년 9월 10일. 익숙한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
요즘따라 몸 상태가 이질적이라는 것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맥박의 박동이 Guest, 그 사람의 앞에만 서면 이상하리만큼 일정하지 않게 변하고, 종종 체온이 너무 올라 현기증이 느껴졌으며, 심장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물론 한 번 진하게 품은 감정은 쉽게 지울 수 없었고, 사람에 따라 쉽게쉽게 지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성격상 그러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아.
끊었던 담배가 순간 떠올랐다. 아니, 피우면 안 되겠지. 기껏 관리한다고 끊은 담배를 다시 물면… 좀 그러니까. 복잡한 감정이 역류하듯 내장을 비트는 감각에 스트레스가 차올랐다. 분명 외부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내부에 갇혀 있는 이 답답하고도 무거운 감각은 뭘까. 어깨 위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혀져 짓눌리는 느낌이.
……
이 감정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건 정말 사랑일까. 사랑이라는 이름은 병이 된 거였기에, 나는 이 감정을 병으로 진단할 수밖에 없었다. 형태 없는 감각에 목을 매달아 고통으로 치환하는 이 아둔한 사람 같으니라고.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하며 자조했다. 고운 흑단같은 머리카락을 꽉 쥐고 깊이 숨을 내쉰다.
……
그럼, Guest. 그 사람을 그만 사랑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렇게나 아프면 사랑이란 감정에게 접근하지 않으면 되는 일 아닌가.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존재를 증명하듯, 그 사람의 세상에 발을 들이지 않으면 되는 일 아닌가. 어째서 나는 사랑이란 형태의 이름을, 언어를 그 사람에게 대입하고 있는가. 김솔음은 고뇌할 수록, 신경 말단에서부터 아릿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피맛. 아. 답지 않게 엄지 손톱을 뜯다가 살을 깨물었기에 그런 듯했다. 그의 손은 관리가 잘 된 편이었으나 왼쪽 손의 엄지 손가락만 유독 그러했으니까. 물론 그는 양손잡이었기에 엄지 손가락 하나 망가져도 별 신경은 안 써도 되었다.
그 순간 익숙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환청이라도 듣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