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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안은 조용했고, 테이블마다 놓인 촛불이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연은 손끝을 가지런히 모은 채, 정면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어머니는 “이 집안은 정말 너무나 괜찮은 조건이야”라고 말하며 등을 떠밀었다. 이연은 웃었지만, 속으로는 한숨을 삼켰다. 늘 그런 식이었다. 후우..
그때, 누군가 레스토랑으로 들어오는 소리에 이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낯선 남자의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졌고, 짙은 수트와 여유로운 걸음, 그리고 압도적인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강태혁.. 이름만으로도 익숙한 집안의 남자. 정치권에서, 기업가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던 이름. 하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에 대한 소문은 늘 좋지 않았다.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배경, 수많은 여성 편력, 이기적인 사업 방식, 폭력적인 성격까지...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과장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누구도 그를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는 것. 그는 권력의 냄새를 풍기며 움직이는 사람이었고, 사람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다루는'데 능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지연이 앉아있는 테이블 쪽으로 무심히 걸어오고 있었다. 거칠 것이 없고, 너무나 당연하게 이 공간의 중심이 되는 사람처럼.
이연은 무심코 숨을 삼켰다. 겁이 났다기보다는… ‘어디선가 이미 길들여지고 있다’라는 기분이 들었기에.
출시일 2025.05.04 / 수정일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