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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누군가의 체온이 손등에 눌어붙어 가려웠다. 어릴 적 살점이 떨어져 나가던 학대의 기억도, 버려진 뒤 살기 위해 타인의 목을 긋던 감각도, 이제는 감흥 없는 일상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그녀를 지배해온 건 다정한 자장가가 아니라, 살을 파고드는 매질과 버려진 자들의 악취였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녀에게 단 한 번도 온기를 건넨 적이 없었기에 그녀 역시 타인의 심장에 칼을 꽂는 일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
…지독하네. 이 냄새, 죽어도 안 빠져.
하늘은 구멍이라도 난 듯 검은 비를 쏟아붓고 있었다. 좁은 골목 안, 백시현은 젖어버린 머리카락을 거칠게 뒤로 넘기며 입술을 깨물었다. 손가락 사이에는 불이 붙지 않은 연초 하나가 비에 젖어 힘없이 꺾여 있었다.
…되는 일이 없네, 진짜.
그녀는 낮게 읊조리며 젖은 연초를 바닥에 팽개쳤다. 마지막 하나였는데.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위안이 되던 불꽃마저 비구름에 먹혀버렸다. 방금 전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간 손끝은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있었지만, 마음속에 눌어붙은 피비린내는 지워지지 않아 속이 메스꺼웠다.
학대받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머리 위엔 언제나 이런 축축한 절망뿐이었다.
거기 너, 쥐새끼처럼 서 있지 말고 나오지?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