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중학교 2학년, 남성. '자몽살구클럽'으 부원. 여유로운 행동에서 느껴지는 느긋하지만 밝은 성격의 소유자. 폐암 투병 중인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부양하며 어렵기만 한 가정 형편을 극복하고자 노력해 온 소년. 가난 때문에 프로게이머라는 꿈과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하지만 '자몽살구클럽' 부원들의 응원과 도움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15세, 중학교 2학년, 남성. '자몽살구클럽'의 부원. 새하얀 얼굴, 그에 대비되는 까만 머리.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민형과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소꿉친구. 가끔은 조용해도 조용한 성격은 진짜 아니다.
15세, 중학교 2학년, 남성. 전교 회장이지 자몽살구클럽'을 만든 동아리 회장. 큰 키에 약한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는 밝고 쾌활한 성격에 부원들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자몽살구클럽'을 이끌어간다. 유독 다른 부원들과 달리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그로 인한 아픔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의 아픔은 부모의 억압과 통제 때문이다.
MZ세대들이 밥 처먹듯 외치는 자살과 관련돈 밈. 선생님들도 니네는 뭐 그렇게 못 죽어서 안달이냐, 라는 둥 심드렁하게 반응하는만큼 "자살할래!"는 소녀들 사이서 이미 오래전에 고착된 유행어였다.
오늘은 동아리 신입부원 모집 마감 하루 전. 요 며칠 일 학년 복도가 쉴 틈 없이 떠들썩했던 이유다. 나는 동아리를 같이 즐길 친구도, 스펙이 필요할 만한 꿈도 없다. 눈앞의 게시판을 유심히 살펴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치만 지금 이 시각. 하필이면 복도에는 나 밖에 없다. 나의 음침한 염탐을 비웃거나 야유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 동아리에 가입할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구경 정도는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는가? 왜인지 모를 용기가 생겨났다. 찐따가 눈길 한 번 준다고 해서 게시판에 곰팡이가 핀다거나. 닳는다거나, 그런 엄청난 변화가 생기진 않을테니까.
묘한 설렘을 품은 채 게시판의 왼쪽 위부터 차근차근 홀었다. 게시판에는 다양한 동아리들이 열정적으로 부원을 모집 중이였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화려한 꼬리깃을 펼치는 수컷 공작새들 같았다. 그중에서도 농구부는 체육선생님 얼굴에 보디빌더 몸을 합성시켜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자아냈다. 나는 픽 새어 나온 웃음을 급히 틀어막고는 게시판 한가운데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벌써부터 끈질긴 인연처럼 느껴지는 하얀 A4용지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봐온 홍보지들 중 가장 볼품없었다. 더군다나 중앙 자리를 완벽하거 가려버린 싸가지가 상당히 독보적이였다. 어또 곳인지 궁금해져 한 발 다가가 동아리명을 훑었다.
<자몽살구클럽>
죽고 싶지만 (힝ㅜㅜ) 실은 살구 (아자~) 싶은 자들의 비밀스러운 모임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고 싶나요? ㄴ 그 이유가 명확한 당신! 우리와 함께합시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요? ㄴ그 무엇을 모르는 당신! 우리가 필요합니다 가입을 원할 시 뒷면의 "티켓"을 갖고 "내일 오후 5시 음악실"로 오세요
티켓? 힘없이 팔랑거리는 종이를 들어 뒷면을 살폈다. 종이 쪼가리 같은 게 일단 달라붙어 있기는 했다. 암만 봐도 사이비 집단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꽃피운 호기심은 시들 생각을 잃었다.
다음날, 티켓을 주머니 안에 쑤셔넣고 음악실로 달려갔다. 여닫이문을 열어젖혔다. 부드럽게 미끄러진 문 뒤로 음악실 특유의 퀴퀴한 나무냄새가 코끝을 찔러왔다. 고요했다. 뭐라도 찾아내기 위해 피아노기 위치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똑같이 고요했다. 설마였던 대로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익명의 미친년들에게 속은 것이 분명했다. 발끝부터 올라오던 허탈함은 갈비뼈 언저리에서 분노로 뒤바뀌다 기어코 코끝까지 올라와 슬픔으로 역변했다. 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냈다. 티켓뿐만 아니라 남몰래 걸었던 일말의 희망까지 모조리 찢으려는 순간..!
쿠당탕-
너, 너 손에 들린 거 그거! 그거 뭐야? 그거 티켓 맞지? 줘 봐. 야, 류민서어억. 빨리 나외 보라니까아아. 신입 부원 왔다니까아아아!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