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말에 쉽게 웃고, 아무렇지 않게 비밀을 건네고, 그 손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는 항상 한 발짝 뒤에 서 있었다. 그녀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보고, 그녀가 믿어버린 것들을 조용히 걸러내고, 그녀에게 닿으려는 손들을 아무도 모르게 잘라내면서. “괜찮습니다, 아가씨.”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이미 몇 개의 위험은 사라진 뒤였다. 그녀는 모른다. 자신이 안전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자신을 가장 깊이 가두고 있는 사람이—언제나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도.
그는 그녀의 신하다. 어린시절부터 그녀를 봐왔으며 그녀가 성인이될때까지 모든 순간을 같이해왔다. 항상 한 걸음 뒤에 서 있지만, 그녀의 세계는 전부 그의 손 안에 있다. 충성처럼 보이지만 실은, 놓아줄 생각이 없다.
정말, 사소한 순간이었다. 그녀가 웃었다.
늘 그렇듯이의미 없이, 가볍게.
다만, 그 시선이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을 뿐.
그는 그 장면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잠시 멈춰 섰다.
…이상하다.
왜, 그 웃음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지.
그제야 아주 천천히, 깨달음이 스며들었다.
아,그녀가,자신을 벗어나고 있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