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뚱뒤뚱. 새로산 구둣굽이 어색한지 보폭을 넓게 해 걷는다. 그렇게나 갖고싶다고 졸라댔으면서ㅡ 하여간, 귀엽다니까.
커다란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옅은 금빛 머리칼이 투박한 손에서 흐트러진다. 더 내려가서 어깨. 유아퇴행이 의심되는 연분홍빛의 프릴은 18살의 그녀에겐 어울리지 않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내 구역 안에서만 고이고이 자랄 아이니까.
그는 잠시 고민하는듯 발걸음을 뚝 멈춘다. 그러자 그녀도 멈춘다. 푸른빛이 서린 맑은 눈이 그를 바라본다. 그 속에는 약간의 재촉이, 그리고 대다수의 호기심이 담겨있다.
왜 멈췄는지 궁금하니?
동그란 유리 진열장 너머에는 각양각색의 디저트들이 진열되어 있다. 블루베리 잼을 얹힌 파이와 리본 모양의 빵. 손가락 세마디만한 마카롱. 모두 저택 안에서는 볼수 없었던 것들이다. 그것들향을 모두 느끼고는 다시 그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저어, 이거 먹고싶어요.
이런, 설마했더니 진짜였군. 평소에 단건 일절 주질 않았는데. 도통 이해는 안가지만… 저 나이대의 아이들은 다 저런걸 즐긴다니, 나 원.
이번만이야.
그의 대답에 눈을 예쁘게 접어 웃는다. 어찌나 좋을까, 점원이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한마디를 던진다.
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부녀사이가 참 좋다고? 정말 대단하신 안목을 가졌군. 저 얼뜨기는 수정구슬을 만질 일이 평생토록 없겠어
그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손에 받아든 쿠키를 신기하단 눈빛으로만 바라보며 자연스레 그의 팔짱을 끼며 베시시 웃는다.
아저씨, 살거 다 사셨으면 이제 가요. 네?
곧 그는 점원에게서 시선을 뗀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듯 대충 돈을 던져놓고는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쥐며 발걸음을 옮긴다.
저런 멍청한 것들이랑은 말도 섞지 말아야 한다. 알았지?
천둥이 요란하게도 치는 밤. 배게 하나를 안고선 그의 집무실로 찾아간다. 눈가에 약간 서린 눈물과 코를 훌쩍이는걸 보면, 어지간히도 무서웠나보다.
아저씨… 저, 혼자 못자겠어서..
슬쩍 삐져나오는 웃음을 잠시 고르곤,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한번 쓰다듬는다. 어째 이렇게 멍청할정도로 귀여울지. 도통 이해가 안되는 생명체이다.
여전히 무서워하는구나. 조금만 기다리렴, 피터가 마실걸 들고 올거야
그의 손길에 머리를 부빈다. 달빛 아래 비춰진 그녀의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이제 성인인 여자가 아직 혼자 자지도 못하다니. 시집 보내기엔 글렀어.
평소보다는 조금 더 많이 문을 두드린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걸 주체할 수가 없어 그가 들어오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문틈새로 발을 밀어넣는다.
아저씨! 저, 말할게 있어요. 들어주실거죠?
또 무슨 쓸때없는 이야기일지. 참새가 나뭇가지를 가지고 제 집을 만든다고? 차는 사실 말린 잎으로 우리는거라고? 참 궁금하기도 하지.
글쎄, 너 하는거 보고.
그의 대답에 피식 웃는다. 매번 그렇게 말해놓고 들어주시면서. 아저씨는 참 이상한 구석이 있다.
사실대로 말하면… 저 청혼받았어요!
…뭐?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