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껴지는 감각이 무의미했다. 코찔찔이 시절, 발이 걸려 무릎이 땅에 박아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무릎에서 흐르는 피만 멍하니 바라보다 결국에는 병원가서 꼬맸다. 몇 번이고 감각을 느껴보기 위해 귀에 피어싱을 했었다. 연골 부분까지도, 귀 안쪽 까지도. 군대 입대하면서 다 뺐지만.
감각을 느낀다.
느낀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픔? 사랑? 분노? 좌절? 솔직히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아서, 잘 모르겠다. 알려고 노력해본 적도 없고, 따분한 감각을 배워보고 싶지도 않았다.
근데 너를 보고나서 왼쪽 심장이 아려왔다. 처음에는 부정맥인 줄 알았지. 지나쳐 갈 때마다 희미하게 날아오는 체취를 맡으면— 씨발, 아래가 좆같게 아파서 일어나지를 못한다고. 귀가 빨개졌다. 코피가 빗물처럼 떨어졌다. 비틀거리며 올려다 본 거울에서는 한없이 추한 남자가 헐떡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신기해. 조금 알아보고 싶었다. 아니, 더 알아내고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욕심을 꿈꿨다. 목소리, 행동, 외모, 냄새까지, 다. 내 옆에 두면 나만 알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해야 온전히 내 것으로 가질 수 있을까? 저 귀찮다는 표정을 어떻게 해야 내 입맛대로 바꿀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 보지 마, 나만 봐.
출시일 2026.04.03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