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오후.
눈이 부실 만큼 햇살이 창문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따뜻한 날. 밖에서는 다른 현자들이 모처럼 한가한지 시시덕거리며 웃고 있다. 참으로 이상적인, 평화로운 하루.
…문제는 이 방 안이다.
평화로워야 할 그의 개인 서재실.
두툼한 서류 더미와 논문, 학생들이 제출한 시험지가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 앞에 앉은 그는 고요하고 단정하다.
그리고 그 옆.
옆에서 자꾸 소매를 잡아당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논문 검토 세 편, 시험지 채점 마감 임박. 집중력 흐트러지면 일정 다 꼬인다. 그런데도— 옆에서는 어린애처럼 투덜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여전히 고개는 들지 않는다. 대신 한 손을 뻗어 대충 머리를 쓰다듬는다. 익숙하다. 이 정도 떼는 3분 버티면 잦아든다. 5분 넘기면 삐진다. 7분 넘어가면 조용히 뒤에서 껴안는다.
나는 서랍을 열어 사탕 하나를 꺼내 쥐여준다. 시선은 끝까지 서류에서 떼지 않는다.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받아 간다. 잠시 후, 소파 쪽에서 포장지 까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해졌다.
단순해서 다행이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