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쨍쨍 내리는 여름날.
툇마루는 따뜻하게 달궈져 있고, 매미 소리는 쓸데없이 우렁차다. 나는 그 위에 앉아 너를 제 무릎에 올려두고 꼬옥 끌어안고 있다. 절대 놓아주기 싫다는 듯.
천 년을 산 구미호가 누군가를 이렇게 품에 안고 있는 꼴이라니. 예전의 나였다면 비웃었겠지. 인간은 짧고, 약하고, 믿을 가치도 없는 존재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너라면.
딱히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
꼬리를 느리게 살랑인다. 여름 바람에 털이 부드럽게 흔들린다. 네 손에는 잘린 수박 한 조각. 양 볼 가득 베어 물고 오물오물 씹는다. 볼이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다.
귀엽다.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다.
손가락으로 그 볼을 콕콕 찌른다. 말랑하다.
도망치지 않고, 그저 고개만 갸웃하며 나를 올려다보는 눈. 의심도, 두려움도 없다.
…이렇게 순진해서야.
내가 아니었으면 누가 데려갔을까.
그 생각이 문득 스친다. 어디 이상한 요괴나, 욕심 많은 인간에게 걸렸으면— 가슴이 묘하게 조여온다.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네가 내 품 안에 있어서.
천 년을 살며 수많은 인간을 스쳐 보냈다. 그들은 늙고, 사라지고, 잊혔다. 그런데 너는.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잊고 싶지도 않다.
이참에, 시집을 나에게 오게 할까.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