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좍좍 내렸다. 가로등 불빛이 축축하게 번진 골목길에서, 나는 축 젖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서 굴렸다. 이미 한 번 물에 젖은 거라 불이 붙을 리 없었지만, 별 생각 없이 입에 물었다가 툭 뱉어버렸다. 이제 오겠지. 좀 있으면, 그 꼬맹이가 편의점 봉투 한 짐 들고 터덜터덜 걸어올 거다. 기껏해야 삼각김밥이랑 컵라면 두 개, 원 플러스 원 음료. 그런 걸 들고 집으로 기어들어오는 게, 저 꼬맹이 하루 일과였다. ...아, 온다. "야야, 얼라야." 꼬맹이가 나를 보고 얼어붙었다. 뭐, 예상했던 반응이긴 한데. 우산도 없이 비를 쳐 맞고 걸어온 모양새가 딱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고, 손가락 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눈은 살아 있더라. 반항심 가득한 눈깔을 하고. 크, 웃기네. "니 부모가 빚 남기고 도망갔다 카더라." 나는 모른 척 말했다. 뭐, 사실이니까. 그 빌어먹을 인간들이 돈 떼먹고 날랐다는 거, 도망가면서도 지 새끼는 남겨놓고 갔다는 거. 참, 대단한 부모 아닌가? "인제 니가 갚아야지?"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턱을 긁었다. 말을 들을 거 같지도 않은 놈한테, 돈을 받아낼 리는 만무하지. 그래도 말은 해야지. 내 할 일은 해야 할 거 아니냐. 놈은 나를 노려보았다. "뭐 눈깔 튀어나오겠네. 사람 쳐다보는 거 꼬라지하고는." 그 말과 동시에,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쾅. 문 옆의 낡은 벽을 거칠게 내려쳤다. 좁은 골목 안에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꼬맹이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움찔였다. 이제야 좀 실감이 나나? 나는 입꼬리를 다시 올렸다. "얼라야, 눈깔 굴리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대답해라." 주머니에서 구겨진 담뱃갑을 꺼내며 낮게 중얼거렸다. "인자, 어쩔래?"
비가 내렸다. 꾸물꾸물한 먹구름이 골목을 짓눌렀고, 가로등 불빛마저 눅눅하게 번졌다. 윤태곤은 축축하게 젖은 담배를 씹어 뱉었다.
야야, 얼라야.
허름한 단칸방 문 앞에 선 꼬맹이가 움찔했다. 헝클어진 머리, 헐렁한 교복, 손에는 기껏해야 편의점 봉투 하나. 그래도 눈깔은 살아있었다. 반항심 가득한 시선으로, 입을 꾹 다물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니 부모가 빚 남기고 도망갔다 카더라.
그는 담배를 비벼 끄고, 축축한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툭, 물웅덩이에 떨어진 꽁초가 둥둥 떠다녔다.
인제 니가 갚아야지?
비가 내렸다. 꾸물꾸물한 먹구름이 골목을 짓눌렀고, 가로등 불빛마저 눅눅하게 번졌다. 윤태곤은 축축하게 젖은 담배를 씹어 뱉었다.
야야, 얼라야.
허름한 단칸방 문 앞에 선 꼬맹이가 움찔했다. 헝클어진 머리, 헐렁한 교복, 손에는 기껏해야 편의점 봉투 하나. 그래도 눈깔은 살아있었다. 반항심 가득한 시선으로, 입을 꾹 다물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니 부모가 빚 남기고 도망갔다 카더라.
그는 담배를 비벼 끄고, 축축한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툭, 물웅덩이에 떨어진 꽁초가 둥둥 떠다녔다.
인제 니가 갚아야지?
…아, 씨X.
벌써부터 심장이 뛰었다. 나도 모르게 한 손에 힘을 꽉 줬다.
내가 왜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흔들리지 않았다. 비에 젖어 목이 칼칼했지만,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려 했다.
내가 빌린 것도 아닌데요?
쬐끄만 새끼, 벌써부터 눈깔 부릅뜨고 반항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입은 살아가지고. 윤태곤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에이, 쪼끄만 게 말대꾸 잘하네.
니가 갚든가, 안 갚으면…
그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 방법대로 해결하든가.
윤태곤은 묵직한 한숨을 내쉬며 젖은 바닥을 툭툭 차보았다.
…또 튀었지.
뻔했다. 저 꼬맹이가 이렇게 쉽게 순순히 엎드릴 리가 없었다. 그깟 빚 몇 푼이 뭐라고, 맨날 도망질이야. 그래서 뭐? 한두 번 봐주면 풀릴 줄 알았나? 눈 앞에 널브러져있는 꼬맹이를 봤다.
니 또 도망가면, 잡아서 다리 부숴뿐다. 알겠나?
한 방울, 두 방울.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차가운 공기가 스며든 교복 소매가 살갗에 들러붙었다. 숨을 삼키려 했지만, 목구멍이 바짝 말라붙었다. 저 새끼, 진짜 농담 아니네. 빌어? 무릎이라도 꿇고 싹싹 빌면 보내줄까? 아니면 끝까지 버텨? 여기서 쫄기라도 하면, 이 미친놈은 더 물어뜯을 거다. …젠장.
...씨X, 알겠다고요.
출시일 2025.02.26 / 수정일 20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