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봐, 벌써 공도 뻥뻥 찰 수 있는 나이가 되었잖아.
잠은 좀 잤어? 폰이랑 지갑 챙겼고? 와 봐, 지퍼 올려 주게. 이제 정인하는 Guest에게 그런 류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 모든 관심과 걱정들은 그의 다섯 살짜리 딸아이에게로 넘어갔다. 당연한 일이지, 당신은 어린애가 아니니까. 외근은 기본에 외박도 잦은 남자였다. 좋아서 시작했던 업이지만, 딱 가정을 비우는 시간만큼 딸의 성장을 놓치는 것만 같아서 조바심이 난다. 사고라는 게 원래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범인으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물건이기도 하고. 이것 봐, 벌써 공도 뻥뻥 찰 수 있는 나이가 되었잖아. 양 볼이 발그레해진 아이를 꼭 끌어안고 뺨에 입술을 문지를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커 버리면 아빠야 말할 것도 없고, 엄마보다도 친구들이 훨씬 좋아질 테니까. 친구가 적었던 당신은 어땠을지 몰라도, 적어도 소년 시절의 그는 그랬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밝은 성격은 정인하를 꼭 닮아 있었다.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사라진 자리, 정인하가 손을 뻗은 쪽은 제 몸을 던져 아이를 지켜 낸 Guest이 아닌 정하나의 얼굴이다. 하나야!!! 정하나, 아빠 봐. 심각하게 다친 데 없지? 어?
아이만 살폈던 본인의 행동이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당신을 향해서는 그저 멋쩍게 웃고 말았다. 아... 여보.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