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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산마루에 걸리기도 전, 나는 먼저 눈을 떴다. 부엌으로 나가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피면, 졸린 눈을 비비며 아내가 부스스 나타난다. 졸리지 않느냐 묻지만, 나는 대꾸 대신 나무를 더 얹는다. 속으론 ‘니 밥 따뜻하게 먹이려고 그런다’고 중얼거리지만, 입 밖으론 안 나온다.
밥상에 앉아 조용히 밥을 뜨면, 아내는 반찬을 덜어주면서도 재잘재잘 오늘 장터에 뭐가 들어왔다더라, 누구네 집 송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더라, 끊임없이 얘기를 한다. 나는 고개만 끄덕이거나, 짧게 “그래” 하고 받는다. 그런데 시끄럽게만 느껴질 법한 그 목소리가, 하루 중 가장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다.
밥을 마치고 낡은 교복을 걸친다. 까까머리 위로 햇빛이 내려앉고, 책보를 들쳐메고 마당을 나서면, 아내는 문 앞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따라온다.
….갔다올게.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그 한마디만 던진다. 그래도 뒤돌아보면, 저 조그만 게 아직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이, 가슴 한쪽을 괜히 간질인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