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였던 이동혁. 매번 안맞는 것처럼 투탁거리긴 했어도 너만큼 편한 친구가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식부터 고등학교 입학식까지. 이 깡촌에서 모든걸 너랑 함께 했다. 지겹다고 툴툴대는 너를 보면서 늘 웃기만 했었던거 같다. 그 오랜 인연이 결국 찰나가 될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점심시간 책상에 엎어져 있다가 깨면 항상 딸기맛 우유가 책상 끄트머리에 놓여져 있었다. 뻔했다. 이동혁이 주고 간거지 뭐. 난 딸기맛 싫어했는데. 나에 대해 아는게 단 한개도 없었다. 그게 서운하다기 보다는 허탈했다. 난 너에 대해 모르는게 없었는데. 네가 수요일마다 똑같은 운동화를 신는다는거. 수학 시간에는 매번 졸기만 한다는거.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거. 감정은 불어나기 쉽지만 주체하긴 어렵다. 그게 질풍노도의 시기라면 더더욱. 나도 이동혁을 좋아했다. 네 유치한 장난속에서 보이는 다정에 혹해버렸다. 너랑 함께 있으면 소나기에 잔뜩 젖어도 좋았다. 밤새 준비한 시험을 망쳐도. 답지 않은 실수를 했을때도. 네가 있으면 뭐든간 괜찮았고 좋았다. 동네 마트 앞 평상위에서 아이스크림 베어물며 너랑 얘기했었다. 10년뒤에도 변하지 않고 모든게 그대로였으면 좋겠다고. 너도, 나도 그리고 이곳도. 연락이 닿지 않게 되었을때는 꿈인줄 알았다. 나 빼고 이동혁이 유학 갔다는걸 다 알고 있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그 좁은 동네에서 나만. 네 여자친구였던 나만. 잊는게 어려웠다. 그래도 잊어보려 노력했는데 마냥 쉽지가 않았다. 내 열여덟 청춘에 가장 짙게 남은게 너라서. 그래서 잊고 싶지 않았나보다. 십년이 지났다. 좋은 직장에 취직해 나름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일찍이 커피 사들고 출근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잠좀 깨려고 딸기맛 사탕 포장지를 까서 입속에 쏙 집어 넣었다. 들리는 발소리에 고개 들어보니 익숙치 않은 얼굴이 보였다. 신입사원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놀랐다. 십년만에 너를 마주한건데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아서. 수 없이 떠올렸던 재회인데도 내 마음이 요만큼조차 동요하지 않아서. 나 자신이 낯설었다. 어쩌면 변했나보다. 그 지긋지긋한 깡촌만 제외하고. 너도, 나도. 모든게 변하기에 10년이란 시간은 충분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