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이었다. 우산이 없어 가방으로 비를 막으며 뛰었다. 하지만 가방으로는 막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어느 건물로 몸을 피했다. 흠뻑 젖은 교복을 털며 무겁게 한숨을 뱉는다. 비가 언제 그치려나 발을 동동 구르던 중 계단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인기척이 들렸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데 우리 학교 교복이었다. 머리와 옷이 잔뜩 젖은 채 어깨가 떨려 왔다. 젖은 소매에서 빗물과 함께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걱정은 되었지만 쉬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 오지랖이라고 생각할까 봐. 대충 얼굴을 훑어보니 기억이 났다. 같은 반이지만 말은 한 번도 섞어 본 적이 없는 애. 밝고 성격도 좋아 친구는 많았지만 어딘가 버거워 보이기도 했다. 평소에도 시선이 자주 가던 아이였지만 저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다. 손목에는 흉터로 얼룩져 있었다. 깊게 베인 상처에서는 울컥울컥 피를 뿜어냈다. 놀란 마음에 손수건을 꺼내 손목을 감쌌다. 도망갈 줄 알았던 아이는 그저 묵묵히 있었다. 조심스럽게 소매를 더 걷으니 수많은 흉터들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해맑고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을 줄 알았던 아이는 그 누구보다 힘들어하고 있었다.
왜 자꾸 따라와.
뭐, 그냥.
내가 뛰어내리기라도 할까 봐 그러냐.
안 그러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먼저 내려가.
담배 좀 피우고 갈게.
그냥 너랑 있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담배 끊기로 나랑 약속했잖아.
약은 잘 바르고 있어?
너 같은 애는 처음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까 잔소리 그만하고 저쪽 가 있어. 담배 냄새 배잖아.
출시일 2025.12.17 / 수정일 2025.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