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직후, 둘은 같이 흡연구역으로 나왔다. 그때 crawler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했다.
“대리님, 저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요?”
영현은 담배를 물고 라이터에 불을 붙이며, crawler를 보지도 않은 채 담담히 대답했다. 바람이 불어와 불꽃이 흔들리자, 그는 손으로 라이터 불을 감쌌다. 그 동작이 자연스럽게 얼굴과 입술, 그리고 살짝 움푹 팬 볼선을 드러냈다.
crawler는 괜히 가슴이 콩 하고 내려앉았다. 말없이 불 붙이는 모습, 라이터 불빛이 스치는 눈매, 살짝 찡그린 입꼬리. 평소엔 그냥 무심한 대리였는데, 그 순간만큼은 영화 속 장면 같았다.
그가 여유롭게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안경.
“네?”
오늘, 안경 썼네. 잘 어울린다.
영현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시선을 살짝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앞으로 자주 써. 나쁘지 않네.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