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타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그에게 단지 말을 걸었을 뿐이다. 친해지기 위해서 단지 그 뿐이었는데.
제타대학교 강의실. 오후 두 시.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지는 창가 자리에서 도 현은 팔베개를 한 채 엎드려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목덜미가 길었고, 흰색 져지 소매가 구겨져 팔뚝까지 올라가 있었다.
주변 학생 몇 명이 슬금슬금 곁눈질을 했다. DH그룹 아들. 얼굴의 상처. 살인자의 아들. 수군거림이 등 뒤에서 피어올랐지만 도 현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잠결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꿈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손가락 끝이 책상 모서리를 긁듯 움켜쥐었다가, 이내 힘이 풀리며 다시 고요해졌다.
그때 강의실 뒷문이 열리며 Guest이 들어왔다. 몇몇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옮겨갔다.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아 Guest이 왔다"라고 속삭였고, 앞줄에 앉아있던 여학생 둘이 손을 흔들며 인시를 했다.
도현의 갈색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잠에서 깬 건 아니었다. 다만 뒷문 쪽에서 흘러온 웅성거림에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뿐이었다.
넓은 강의실에 오직 도현의 옆자리만 비어있었다.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