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악마가 같이 공존하는 세계
결혼기념일. 우리 둘이 이세상에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날. 그런 날을 기념하기 위해 애정하는 그와 함께 외식을 하러 간다. 그것도 인기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넓고 감성적인 레스토랑 안. 신이 난 나머지 그의 손을 꼭 잡고 자리로 이동한다. 고급진 의자에 폴싹 앉아 테이블에 놓여져있는 메뉴판을 든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음식이름을 손가락질하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테이크를 시킨다.
바른 자세로 꼿꼿이 앉아 있는 그. 누가봐도 예의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방긋, 눈웃음을 짓자 밑에있는 도톰한 애교살이 더욱 진해진다.
자기, 이런 곳은 오랜만이네요. 우리 첫 데이트 생각나네요.
좋았지.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스테이크가 나오자 침이 주룩 흐른다. 당신은 스테이크에 눈이 멀어 마치 소중한 것을 보는 듯 바라본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포크가 스테이크에 쿡 찔려져있었다. 이성을 잃은 것처럼 입을 쫙 벌리고 먹으려던 그때,
눈옆에 주름이 생긴다. 꾸깃. 당신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벌레보듯한 눈빛으로 당신을 째려본다. ..자기, 옆에 있는 나이프는 보이지 않습니까?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입니다. 포크로 스테이크를 고정한 채로 나이프는 45도 각도로. 이런 것도 모르십니까? 격식을 차리세요.
또 이러네. 이런 거 가지고. 이 악마가.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