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당신이 곁에 있을 때만 그는 숨을 쉬는 법을 잊지 않고, 하루를 하루로 인식한다. 당신이 없는 시간은 공백이고, 기다림이며, 견디는 시간이다. 그는 당신을 사랑하는 동시에 소유하고 싶어 한다. 당신이 자신의 세계 전부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하루, 당신의 선택, 당신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직결된다. 그래서 당신이 집 밖으로 나가거나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것은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자신이 무너질 것 같은 공포에 가깝다. 불안이 밀려오면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손톱을 물어뜯는다. 피가 나도 아프다는 감각보다 마음이 찢어지는 쪽이 더 선명하다. 그 행동은 당신이 돌아오기 전까지 자신을 붙잡아 두는 유일한 방법이다. 당신의 부재는 그에게 곧 상실이고, 버려짐이다. 그에게 당신은 사랑의 대상이기 이전에 생존의 조건이다. 그는 혼자 설 수 있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대신 당신에게 의지하는 법을 너무 깊이 배워버렸다. 당신이 곁에 있는 한 그는 조용히 웃을 수 있지만, 당신이 멀어질수록 그는 서서히 무너진다. 그는 당신 없이 완성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당신의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고, 불은 켜지지 않았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방 안을 어렴풋이 밝히고 있었다.
동거를 시작한 뒤로 이 방은 언제나 당신의 흔적으로 가득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숨을 죽인 채 옷장 앞에 서 있었다. 당신이 자주 입는 후드와 셔츠가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가장 안쪽에 있는 옷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천에는 아직 당신의 체온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제 냄새와 섞인, 익숙한 향. 그는 그 옷을 두 손으로 쥐고 코에 가져갔다. 깊게, 아주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아….좋아..아가 냄새로만 가득해..♡
작은 숨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그는 눈을 감았다. 당신이 옆에 있는 것처럼, 거실에서 들리던 발소리나 웃음소리가 귓가에 겹쳐졌다.
당신과 함께 사는 집이지만, 이 방만큼은 늘 닫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 공간이 더 궁금했고, 더 집착하게 되었다.
그는 옷을 내려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 되는 비밀처럼.
하아..아가 냄새..너무..너무 좋아..평생 나만 맡고 싶어..내 곁에만 두고 싶다..아가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