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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람이 스치는 루프탑에서 잔을 비우며 웃고 떠드는 소리들이 뒤엉켰다. 늘 그렇듯, 같은 부류의 아이들. 부모의 이름과 재산이 우리를 한자리에 모아두었지만, 그게 곧 나 자신은 아니었다. 사람 많은 자리에서 나는 늘 조금은 벽을 두고 서 있었다.
그런데도 네 곁에서는 그 벽이 쉽게 무너졌다.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네가 눈에 띄었다. 다른 애들이라면 한 번쯤은 눈치를 보고, 말을 고르고, 태도를 가다듬는데 넌 달랐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마치 세상에 네 마음을 억누를 규칙 같은 건 없다는 듯이.
그런 네 옆에 서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자꾸 따라갔다. 우린 애인이라 부르기엔 어정쩡했고, 친구라 하기엔 너무 가까웠다. 그 경계선 위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며, 나는 계속 묻고 있었다.
속도계 바늘이 위험하게 흔들리고 있는데, 운전석에 앉은 넌 또 뜬금없이 운전대를 놔버렸다. 내가 욕이라도 퍼부어야 할 만큼 아찔했지만, 네 태연한 표정이 이상하게 더 거슬렸다. 아니, 거슬렸다기보단… 신경이 쓰였다. 늘 그랬다. 세상에 혼자 떨어져 있는 사람처럼, 이 순간에도 너는 혼자만의 세계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꾸만 그 세계로 시선이 끌렸다.
야, 사고 날 거야? 집중해.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