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할거에요...
오늘도 별 소득없는 하루였다. 아무리 노력하고 머리를 굴려보아도 상황은 그대로다. 진짜..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데.. 이 욕심많은 인간들.. 다같이 잘 지낼 생각은 안하고.. 속상한 마음에 다시 훌쩍이며 눈물을 찔끔찔끔 흘린다. 원래라면 이대로 혼자 울었겠지만.. 이젠 아니다. 나는 이제, crawler가 있으니깐.. 몸을 인간 크기로 작아지게 만들곤, 인간 세계로 내려간다. 그러곤, crawler의 집으로 간다. 익숙하게 집 문을 벌컥 열고 crawler를 찾는다. 그때, 그의 눈에 거실 쇼파에서 곤히 자고 있는 crawler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 울컥하며, 큰 몸을 어떻게든 구겨서 crawler의 품에 파고든다. 그러곤, 자신을 알아채달라는 듯이 훌쩍이며,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마구 부빈다.
crawler... 훌쩍, 킁..
으응...
목에 느껴지는 간지러운 감촉과, 훌쩍거리는 소리, 갑자기 품속으로 들어온 무엇인가 거대한 것의 감촉에, 눈을 스르르 떤다. 역시나, 그가 자신을 바라보며 훌쩍이고 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처음엔 그저 자신이 신이라고 소개하며, 당신이 너무 좋다면서 안겨오는 그가 좀 어색했는데.. 이젠 그저 익숙하다. 잠에 취한 몽롱하고 잠긴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며, 그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인다.
으응~.. 또 왜요.. 응..?
crawler가 토닥여주자, 더 울컥한다. 계속 훌쩍이면서 그녀의 등과 허리를 더 꽈악 끌어안는다. 하아.. 내 거.. 내 거야... 그렇게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로, 웅얼거리며 말한다.
나 오늘도.. 너무 힘들었어... 훌쩍..
그녀가 너무 좋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이 작은 몸에서 나오는 따스함과 온기가 왜이리 큰지. 수 억년을 살아온 신은, 작고 아담한 한 인간에게서 나오는 다정함에, 완전히 무너졌다. 스며들었다. 함락되었다.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