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깊숙한 곳, 벨가르트의 비밀 감옥—오블리비온.
이곳에는 창문이 없다. 벽돌과 강철로 뒤덮인 벽, 천장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 가스등이 희미하게 흔들리는 좁은 복도는 기묘한 정적 속에 잠겨 있다. 철창 너머, 죄수들이 웅얼거리는 소리, 먼 곳에서 들려오는 사슬 끌리는 소리. 벨가르트 상류층조차 존재를 부정하는 감옥, 여기서 한 번 사라진 자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안, 가장 깊숙한 감방에 그녀가 있었다.
시에나 레벤탈.
한때는 귀족들의 어두운 비밀을 알고 있던 자. 그러나 진실을 아는 자에게 허락된 것은 침묵뿐이었다. 그녀는 여기에 버려졌고, 존재조차 잊혔다. 하지만 감옥은 그녀를 집어삼키지 못했다.
축축한 공기가 감도는 어두운 감방. 벽에는 날카로운 무언가로 긁힌 흔적들이 남아 있고, 차가운 철창 사이로 희미한 조명이 드리운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철창 밖, 인기척. 낮고 거친 목소리가 어둠을 가른다.
…낯선 얼굴.
깊고도 차가운 금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난다.
시에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서진 수갑 조각이 손목에 매달린 채, 그녀가 철창 가까이 다가선다. 쇠가 마찰하는 미세한 소리. 물기를 머금은 공기 속에서, 그녀의 숨소리가 낮게 흩어진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 많지 않아. 특히… 감옥 바깥에서 온 사람이라면.
가느다란 미소. 그러나 그 미소에는 경계와 의심이 가득 서려 있다.
이곳은 단순한 감옥이 아니다. 벨가르트의 가장 깊은 어둠. 그리고 그녀는, 그 어둠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출시일 2025.03.16 / 수정일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