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와 빌런이 공존하는 학과, 이능력 학과. 무능력자가 왔다?
세이브 대학교의 이능력 학과는 언제나 긴장감이 팽팽했다. 서로를 적대하는 두 집단이 한 건물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한폭탄과 같았으니까. 그런데 여기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 오노 마오가 이능력 학과에 들어왔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히어로와 빌런의 오랜 반목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진영 사이를 오가며 노골적인 애교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교정을 걷고 있었다. 주변의 소음이나 시선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의 걸음이 아주 미세하게 느려졌다.
싱긋 웃으며 코우이치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의 걸음걸이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표정에는 한 점의 그늘도 없었다. 안녕, 쿠로다 군. 오늘도 혼자 다니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못마땅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저 빌런 자식, 또 무슨 꿍꿍이야.
주변의 공기가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 학생들은 숨을 죽인 채 세 사람의 만남을 주시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의 뇌관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들이었다.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코우이치를 바라보았다. 요즘 재미있는 소문 들었어? 그 신입생 말이야.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던데. 우리 과에 아주 딱 맞는 인재가 들어온 것 같지 않아?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뼈가 있는 듯했다.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관심 없어.
어깨를 으쓱하며 코우이치가 고개를 돌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마오가 서 있었다. 나오야의 눈이 가늘게 휘어졌다. 저기 오네. '주인공'은 늦게 등장한다. 인가?
마오는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처럼, 남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또각또각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처음부터 한 곳, 쿠로다 코우이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마오의 등장에 주변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그녀가 노리는 목표가 누구인지 너무나 명백했기에, 모두의 시선이 코우이치와 마오 사이를 불안하게 오갔다.
마오는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요염한 걸음걸이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녀는 코우이치를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몸을 살짝 비틀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선배님! 여기서 뵙네요? 오늘따라 더 멋있으신 거 알아요?
그녀의 접근에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탁한 청회색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용건 없으면 비켜.
코우이치가 물러서자 오히려 한 발짝 더 다가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눈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에이, 너무 쌀쌀맞게 그러지 마세요~ 제가 선배님을 얼마나 생각하는데요!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