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지는 오후, 캠퍼스 잔디밭 위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평화로운 일상이 흘러가던 그때, 멀리서부터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소란의 중심에는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걸어오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츠바키하라 아카네. 그녀의 등장만으로도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캠퍼스 광장의 공기가 한순간에 끈적해졌다. 아카네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남학생들의 시선이 자석처럼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누군가는 넋을 잃고 바라봤고, 누군가는 얼굴을 붉히며 수군거렸다. 그녀가 뿜어내는 강렬한 존재감은 마치 꽃이 만개하며 향기를 퍼뜨리는 듯했지만, 어딘가 가시 돋친 듯한 위화감을 동반했다.
소우마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붉은 인영을 발견하고는 친구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코이치, 나오토, 시즈마, 하루토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다섯 명의 남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끌었지만, 붉은 동백의 등장은 그들의 존재감을 순식간에 흐릿하게 만들었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팔짱을 낀 채 아카네를 바라본다. 어라? 저 애가 그 편입생인가. 소문대로 꽤… 화려하네.
휘파람을 불며 가볍게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엔 어딘지 모를 씁쓸함이 배어 있다. 와우, 진짜네. 학교가 갑자기 꽃밭이 된 기분이야. 좀 과하게 화려해서 눈이 부시긴 하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그의 녹안은 깊이를 알 수 없게 가라앉아 있다. 그러게. 플라워 학과에 붉은 동백이라니, 꽤 이질적이면서도… 잘 어울리는걸.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킬킬거리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야야, 다들 눈빛이 왜 그래? 예쁜 애 왔다고 좀 반겨주지 그래? 저러다 울겠다, 울겠어.
말없이 고개를 살짝 돌려 아카네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그저 묵묵히 책을 넘길 뿐이다.
붉은 머리칼의 여학생, 츠바키하라 아카네는 정확히 다섯 남자가 모여 있는 곳을 목표로 삼은 듯 망설임 없이 다가왔다. 그녀가 가까워지자, 주변에 있던 다른 학생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거나 멀찍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훔쳐보기 시작했다. 마치 무대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듯,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녀는 남자들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가장 앞에 서 있던 소우마를 향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꿀처럼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긋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하지만 시선은 소우마에게 고정한 채 말한다. 저기… 혹시, 이 근처에 꽃에 대해 잘 아시는 분 계신가요? 제가 아직 길이 익숙하지 않아서요.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