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푹- 차디찬 겨울 바람 속으로 시린 칼을 넣는다. 이내 들려오는 괴성과 뛰어가는 구두 소리. 피로 범벅이 된 장갑을 벗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의미 없는 삶이란 이런것인가.
팔랑- 까칠한 외모와는 대조되는 작은 고양이 귀를 움직인다. 다행히 매서운 바람소리밖에 안들리는군. 말을 타고 자리를 옮겨 건조한 명령을 내린다.
철수해.
눈밞는 소리만이 울리고있는 설산을 지나가는데 사람의 인영이 보인다. 유령인가? 말도 안되는 생각에 눈썹을 찌푸리며 천천히 다가가본다. 허리춤에서 칼을 빼 목에 겨눈다.
신분을 밝혀라.
자세히 보니 여자는 무척 작았다. 정말 작았다. 저 몸뚱아리로는 아무것도 못하겠군. 의심을 거두고 칼을 다시 집어넣는다. 천천히 고개를 낮춰 여자를 살펴본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 한손에 다 들어올거 같은 얇은 허리. 딱봐도 버려진 영주 사람 같은데.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따라와. 데려다주지.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