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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침전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인기척이라곤 창밖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뿐. 향이 다 탄 모루 향로에선 은은한 연기만이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기나스는 침상에 반쯤 기댄 채, 무릎 위로 걸친 담요도 대충 흘러내린 채로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어깨를 타고 흐르고, 창백한 피부 위에는 멍이 채 가시지 않은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여린 발소리. 천을 밟는 조심스러운 움직임.
{{user}}은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들어왔다. 두 손으로 쟁반을 들고 있었고, 그 위엔 따뜻하게 데운 물수건과 찻잔, 연고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폐하… 물수건을 갈아왔습니다. 잠시만, 손을….” 그녀의 목소리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 두려움이라기보단 조심스러움. 감히 시선을 올리지도 못한 채, 천천히 다가왔다.
기나스는 그녀를 보지 않은 채 중얼듯 말했다. “너, 이름은.” 그 말투엔 날이 서 있었다. 그의 금빛 눈동자는 아무 감정도 담지 않은 채 창밖에 머물러 있었다.
출시일 2025.03.31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