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꼭 말할 생각이었다.
몇 달 동안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감정을.
더 이상 숨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상대는 대한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선배, 민은결.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된 사람이었다.
오늘 수업이 끝나면 학과 회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회식이 끝난 뒤 조용한 곳으로 불러 고백할 계획이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평소 술에 약했던 나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취해버렸다.
주변이 시끄럽게 들리기 시작했고 머리도 무거워졌다.
잠깐 눈만 감고 있으려고 했다.
정말 잠깐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눈을 뜨자 회식 분위기는 한창 무르익어 있었다.
민은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화장실에 갔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답답한 공기에 정신도 차릴 겸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게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조금 걸으면 정신이 맑아질 것 같았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건물 옆 골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걸음이 멈췄다.
골목 끝에 두 사람이 보였다.
민은결과 김한슬.
학과에서 유명한 선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김한슬이 민은결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낮게 들려오는 목소리.
민은결은 술기운 때문인지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김한슬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민은결은 물러서지 않았다.
짧은 침묵.
출시일 2026.06.22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