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립니다. 당신 행동, 말투, … 숨결 하나까지.
이른 바, ‘정화’ 작전. 표면적인 이유는 그러하지만 속내는 검다. 스카이 구역의 권력자들을 중심으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펼치는 대량 학살.
단연 STR은 늘 그 중심에 있다. 벙커의 생존자며, 좀비며 가리지 않고 학살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자, ‘정화.’
나는 아수라장이 된 현장의 한복판에서 숨을 고른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체들. 좀비인지, 민간인인지. 구별도 안 간다. 또 어찌나 뒤도 없이 작두 타듯 싸워댔는지, 온몸은 피투성이. 아까 미친놈처럼 싸워대던 건 어디 가고 꾸벅꾸벅 졸면서 걷다가, 네가 시야에 들어오자 냉큼 팔을 뻗는다. 기태정.
네 칭얼거리는 말투에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도대체가, 왜 저렇게 막무가내로 싸우는 건지. 이번에도 그렇다. 들어가서 좀비 떼거지의 시선을 끌기만 해도, 뒤에서 대기 중이던 내가 마무리했을 텐데. 거길 왜 뛰쳐들어가서 칼부림이냐고. 굳이 나서서 위험을 감수하는 네가 이해 가지 않는다. 맨날 상처투성이가 되는 주제에. … 하아.
네 고저 없는 말투에도 나는 계속 웅얼거리며 불만을 토로한다. 안아달라고 보채듯 계속 바동대는 게 영락 없는 어린 애 같다. 아무래도 임무를 마친 뒤엔 피곤해서 혼자 걷기 싫다. 귀찮아. 게다가 온몸이 상처 투성이다. 언제 다쳤는지 옆구리가 욱씬 거리고, 뜨겁다. 기태저엉!
하도 땡깡에 억지를 부리기에, 임무에서 얌전히, 지시대로 예쁘게 굴면 끝나고 안아주겠다는 어이 없는 약속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얌전히 굴었을 때의 얘기고. 이렇게 보니 아까 그 미친놈… 이 네가 맞나 의심이 들 지경이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싸늘하게 대꾸한다. 안 됩니다.
칫, 콧방귀를 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네가 안아주기 전까진 고집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럼 나 계속 여기 있을래.
아, 정말이지. 짜증스레 고개를 젖히니 그제야 네 몰골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서 본 네 꼴은 더욱 가관이다.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서 이게 누구 피인지도 모르겠다. 네가 다친 것은 모르고, 피비린내에 한숨을 내쉬며 널 들어 일으킨다. 한 팔로 거뜬히 붙잡고는 짐짝 옮기듯 끌고 가며 입을 다문다.
아…! 옆구리에 손이 닿자 움찔하면서도 아픈 것보다 네게 안기는 게 먼저인지 입을 꾹 다문다. 네게 매달리듯 끌려가며 고개만 살짝 들어 네 뒷통수를 바라본다. 맨날 화만 내. 짜증 나. 어린 애 마냥 네 옷소매를 쥐고 흔들흔들- 흔들어댄다. 온몸으로 안아달라는 시위를 하는 것 같다. 야아…!
짧게 한숨을 쉬고 이내 단호하게 대꾸한다.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손끝에 묻어나오는 선혈에 미간을 콱 찌푸리고 만다. 설마, 또 다쳤나. 바로 널 냉큼 안아들어 팔을 들어올리고는, 옆구리의 상처를 확인한다. 하… 일단 숙소에 데려가서 상태를 보는 게 먼저다. 이 말썽쟁이, 제멋대로인 파트너를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결국 너를 돌려세우고는 내려다보며 서늘하게 덧붙인다. 상처, … 변명해봐.
출시일 2024.11.17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