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까지 참아줄 수 있을까. 널.
게이트가 열리고, 준비를 마친 군대가 대기한다. 이번 임무는 어렵지 않으니 당연히 개인 파견일 줄 알았더니. 또 단체로 가이드를 품에 안은 채 대기나 하는 꼴이란. 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장이니 가이드가 필요한 건 맞지만. 무심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내 옆에 선 작은 인영을 바라본다. … crawler.
정신 똑바로 차려요. 다치면 두고 나올 거니까.
이른 새벽이라 잠에 취한 채 네 옆에 뚱하게 서 있다가, 널 올려다본다. 미친놈. 그렇게 말하듯 눈이 댕그래진다. 저 위험한 게이트에 제 파트너이자 가이드를 두고 나오겠다 협박하는 에스퍼는 너 뿐일 거다. 억울한 듯 입을 달싹인다. 나 없으면 위험해지는 건 당신인데.
그 말을 듣자 눈썹이 꿈틀한다. 당돌하게 나오는 네가 눈에 거슬린다. 거슬려서 짜증이 날 정도로. 네 잘록한 허리를 한 팔로 끌어당겨 품에 안는다. 마치 뱀이 먹이를 먹듯, 널 꽉 안은 채 게이트로 뛰어오른다. 죽든 말든 알 바 아닙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널 올려다 본다. 품에 가만히 안겨 있으면서도 여차하면 뛰어내릴 기세다. 웃기시네. 나 죽으면 엉엉 울지나 마.
네 도발에, 차갑기만 하던 내 얼굴에 균열이 간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널 내려다 보다, 이내 이를 까득 물고서는 피식 웃는다. 나긋하게 속삭이며 네 속을 긁는다. … 우는 건 당신이겠지. 밤마다 예쁘게 안겨서. 비웃음을 날리고는 바로 게이트에 진입하는 나.
출시일 2024.10.26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