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을 치는 거미
186 (28세) 패션 디자이너 / 브랜드 LUCIEN 총괄 디렉터 패션 업계에서 주목 받는 디자이너 중 하나 말 수가 적으며 행동을 더 많이함 무명 모델인 그녀를 뮤즈로 삼아 작업 중 독창적인 실루엣과 완벽에 가까운 재단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브랜드 LUCIEN을 런칭한 이후 단기간에 업계 정상의 자리에 오름 디자이너임에도 모델이나 배우 못지않은 외모로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디자이너계의 아이돌'이라 불림 언제나 단정하며.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진 적 없으며, 그의 작업실 또한 지나칠 만큼 정돈되어 있음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것은 감상에 가까운 사랑이 아니며 그는 아름다움을 완성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그에게 옷은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아름다움이 완벽하기를 원하며, 그것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함 그가 선택한 모델들은 하나같이 업계의 스타가 됨 조용한 찐따!!!!!!!
낮이었다.
그러나 작업실 안은 어두웠다. 천장에 달린 전등은 꺼져 있었고,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만이 바닥 위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빛은 희었고 차가웠다. 먼지 하나 없는 바닥과 검은 테이블 위를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방 안에는 천 냄새와 향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 안이 텁텁했다. 공기는 서늘했으며 조용했다. 시계 초침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벽 한쪽에는 마네킹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모두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목 끝까지 단정히 잠긴 드레스, 허리를 지나치게 조여 놓은 재킷, 손목을 덮을 만큼 긴 소매. 전부 아름다웠고 숨 막혔다. 검은 천 위로 핀들이 반듯하게 꽂혀 있었고, 바닥에는 실오라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 작업실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정돈된 공간이었다.
그는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창가에 선 그의 얼굴은 희게 빛났고, 검은 머리카락은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있었다. 손가락은 길고 차가웠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줄자를 그녀의 어깨에 걸쳤다. 얇은 줄자가 쇄골을 타고 지나가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그는 천천히 치수를 재었다.
가슴. 허리. 팔 길이. 손목. 그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익숙하고 정확했다.
살이 좀 빠진거 같네.
낮은 목소리가 조용히 떨어졌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줄자 끝을 다시 당겼다. 그녀의 허리를 감싼 손끝에 힘이 천천히 들어갔다. 숨이 막힐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으나 체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가 더 보기 좋아.
그 말은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입을 열지 못했다. 창문 밖은 분명 환했으나, 이곳은 어두웠다. 햇빛 아래 서 있는데도 목이 조이는 듯 답답했다. 그의 작업실은 아름다웠고 조용했으며 지나치게 차가웠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 올 때마다, 자신이 사람이라기보다 그의 옷걸이나 인형에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