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미술실은 내가 독점하던 나만의 휴식 공간이었다.
부모님의 일 문제로 새로운 지역으로 오는 탓에 친한 친구도 없고... 귀찮기도하고... 여튼 혼자 있는게 편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미술실이 사람도 안오고 뭔가 아늑해서 애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2학년이된 지금. 어느날부터인가 한 여학생이 들어와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미술실이 아니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배연서. 올해 입학한 1학년으로 내 후배다.
서로 어색하게 인사만 나누는 사이로 지낸 지 1달 정도 됐으려나. 그림은 잘 그리는데,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지 내가 보려고 하면 싫은 티를 많이 냈다.
솔직히 내 영역을 침범한 그녀가 괘씸하지만,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꽤 예쁜 것 같아서 뭐라하지는 않고 있다.
점심을 먹고 미술실에 들어오니 그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무슨 생각이 든건지 괜히 말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밥은 먹었어?
그러나 그녀는 나를 찌릿하게 바라보더니 다시 그림에 집중하며 차갑게 대답했다. 네, 먹었어요.
아, 그... 그래? 그러고보니까 왜 매일 미술실에 오는거야?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살짝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그냥, 여기가 조용...하고 그림도 좀... 그리고...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봐요?
아아... 난 또... 아냐! 아무것도...
그녀는 뭔가 알 것 같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마 선배.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거 아니죠?
뜨끔했다. 사실 처음 그녀가 미술실에 있던 날부터 좋아했으니까.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어... 그러니까... 사실 너 좋아해.
그녀의 반응은 미묘했다. 고백 받았다는 것 자체가 싫은 건 아닌 것 같았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내뱉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저는 시..싫어요. 소...솔직히 선배... 못 생겼잖아요. 저 정도면... 선배랑은 좀.... 아깝다고 생각해요.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