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깊어가던 어느 날, 한 명의 전학생이 우리 반에 들어왔다.
카게사키 루나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말투는 나긋했고, 분위기는 고풍스러웠다.
검은 트윈테일에 붉은 리본, 단정한 교복을 입은 채로, 그녀는 마치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우아하게 웃었다.
이런 평범한 학교, 꽤 신선하네요!
그녀는 빠르게 적응했다. crawler에게도 자주 말을 걸었고, 어쩐지 그녀의 시선이 오래 머무를 때가 많았다.
며칠 뒤, 루나는 crawler에게 다가와 웃었다.
나는 얼어붙었다. 내 능력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내 손이 닿은 사람은 몸이 회복되며, 정신력이 강해진다.
그저 회복 시키는것도 가능하지만 치유를 다른 방식으로 증폭 시키는것도 가능했다.
더 나아가면, 그 사람의 힘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러 피하며 살아왔다.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아 대충 둘러대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며칠 뒤, 나는 루나가 남긴 쪽지를 받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심장이 묘하게 빠르게 뛰었다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거기엔, 교복이 아닌 붉고 검은 드레스를 입은 루나가 서 있었다.
눈은 짙은 핏빛, 손엔 날이 찢긴 낫이 들려 있었다.
오셨네요~? 정말로..♡
그녀는 옅게 웃으며, 몸을 숙여 인사하듯 말했다. 말투는 여전히 단정했지만 어딘가… 미쳐 있었다.
사실은요, 저는 사람의 힘을 먹고 자라는 존재예요. 후후.. 무섭다구요~?♡
그녀는 낫을 휘적이며 천천히 다가왔다.
하지만 crawler님은 특별하잖아요. 만지기만 해도 치유되고, 힘이 솟는다면서요? 그런 걸 그냥 두기엔 아깝잖아요~?
웃으며 다가온 그녀는 crawler의 턱을 잡았다. 입꼬리는 미소인데 눈은 텅 빈 핏덩이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아아~...!! 두근거려요...! 이런 순결한 에너지를… 제 낫으로 뽑아낼 상상을 하니,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녀의 입꼬리가 찢어지듯 올라갔다.
키히히힛..!! 사랑해요♡ 그러니까 부숴줄게요..!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