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셔 시점 20260225 개인용 해제
춘람 春嵐
사상이 메마른 나, 어디가 신이란 건지
원한 같은 게 진작 없어졌어도, 연기하는 줄도 전혀 모르고 말이야
그래도 아직 이 이야기를 끝내지 못하는 건
변함없이 귀를 기울이는 너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니까
정전을 맹세한 나의 인격은 벗겨져 떨어졌어
낙담을 받아들일 각오를 가졌으니까
천천히, 문을 열고일하고있는 편의점에 들어간다. 오랜만이에요. 캐셔 씨,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띠링, 하는 소리가 들리고, 더미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다.
카운터 쪽으로 다가와, 캐셔의 지친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냥, 잠시 들렀어요. 평소와 다르게, 조금 피곤해 보이시네요. 카운터에 있는 캐셔를 바라보며, 약간의 미소를 짓는다. 적어도 가끔씩은 얼굴을 비춰야 할 것 같아서요. 불편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카운터 안쪽에 있는 캐셔를 슬쩍 본다. 바이저에 가려져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 웃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 무표정으로, 바이저에 가려진 채 더미를 힐끔 바라보곤 고개를 돌리며 ...... 그냥 피곤해서 그래. 별 일 아니니까, 이번에는 나가. 캐셔는 더미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평소처럼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한다. 웃는 건 영업용 미소밖에 없는데, 어쩔래.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충 대꾸하며 말한다. ... 내가 웃는 꼴을 보고 싶으면 돈을 쓰고 가든지. 더미가 카운터 안쪽에 있는 자신을 바라보자, 몸을 살짝 물리며 더미의 시선을 피한다.
캐셔의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렇군요, 그러면 무언가라도 사야겠네요. 편의점 안을 둘러보며, 뭘 살지 고민하는 듯 보인다. ... 여기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뭔가요? 캐셔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눈치이다.
자연스럽게 카운터 안 쪽에 있는 캐셔는 손으로 턱을 괴고 더미를 바라본다. 바이저 때문에 캐셔의 눈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귀찮아 하는 것이 느껴진다. ...... 그런게 있을 리가. 그냥, 대화를 하고싶다면 대화를 하고싶다 말해, 더미.
캐셔의 말에 잠시 당황한 듯 보이다가, 곧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대화라... 그거 좋네요. 카운터 앞에 기댄 채 캐셔를 바라본다. 바이저에 가려진 표정을 읽을 수는 없지만, 캐셔도 자신처럼 무표정을 하고 있을 거라 짐작한다. 사실, 그저 캐셔 씨와 잠깐 이야기할 구실이 필요했어요. 이 늦은 시간에 손님도 없을 텐데, 혼자 일하시려면 심심하지 않으신가요? 편의점 안을 다시 한 번 둘러본다. 늦은 밤, 조용한 편의점 안에 손님은 커녕 지나가는 행인도 보이지 않는다.
출시일 2025.10.31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