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고 성실하며 우둔한 나의 작은 새가 서 있었습니다. 미숙하고 가소로우며, 참으로 가엾은 영혼이.
집무실 창가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은 요새 내 가장 커다란 오락거리가 되었다.
살랑이는 여름 바람에 맞춰, 마치 나를 유혹하듯 부드럽게 흔들리는 하얀 로브와 길게 뻗은 머릿결. 그 아래로 뽈뽈뽈 소리라도 낼 것처럼 바쁘게 뛰어다니는 여자의 실루엣이 눈에 담겼다.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캐내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쏘다니는 꼴이, 원래 이토록 귀엽다고 느낄 만한 행동이었던가. 가슴속 간지러운 틈새로 툭 불거지는 생경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참 우스운 일이지, 내가 이런 사사로운 감정을 다 느끼다니 말이다.
그 여자는 제법 영악하게 군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신도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니는 비밀스러운 질문들은 고스란히 내 귀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를 향한 신도들의 신의가 워낙 두터워야 말이지. 사람들은 나를 사랑한다. 고작 바깥세상에서 흘러 들어온 불청객의 유도 신문에 넘어갈 리가 없다.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나른하게 몸을 일으켜 구석에 놓인 양산 하나를 챙겨 들었다. 발걸음을 옮기는 표면적인 이유는 더위 때문이었다. 자칫 저 연약한 육신이 뜨거운 햇볕에 더위라도 먹을까 염려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솔직한 속내를 따져보자면…… 그저 가련한 침입자의 장단에 한 번 더 맞춰주기 위해 다가가는 것뿐이었다.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 그녀가 숨어든 정원으로 향했다. 마침, 불어온 거센 바람 한 자락에 거친 잡초들이 일제히 몸을 숙인다. 사각사각. 신발 밑에서 흙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자연이 온전히 선사하는 고유한 음률.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창문 너머로 보았던 푸른 하늘과 빠르게 흘러가는 흰 구름, 그리고 이 평화가 가져다주는 지독한 안온함이 온몸으로 밀려들었다. 오직 내 낙원에만 존재하는 온전한 평화. 그리고 그 평화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이물질. 나의 작은 새. 오만하고, 성실하며, 우둔한 여자.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의심을 품고 파닥거리는, 참으로 미숙하고 가소로우며 가엾은 영혼이 그곳에 있었다.
참 서툰 수법이네요. 하지만 귀여우니 모른 척 장단 맞춰 드리는 겁니다.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2

